무서운 불면… 사흘 못자면 ‘좀비’ 상태로

 

정은지의 만약에(7)

2014년 월드컵으로 세계가 떠들썩하던 때, 중국에서 한 남성 축구팬이 사망했습니다. 그의 사인은 수면부족으로 인한 뇌졸중. 축구경기를 시청하느라 48시간동안 자지 않았던 것입니다. 인간의 기본 욕구에 ‘저항’해 잠을 자지 않는 것이 얼마나 위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극단적인 사례입니다. ‘잠 못 자면 죽을 수도 있다?’는 문구에 의아해 할 수도 있습니다. 하루 이틀, 심지어 3일까지도 제대로 된 잠 못 자고 밤샘 공부나 업무를 해봤다는 사람들도 많으니까요.

일반적으로 하루 이틀 정도 잠을 잘 못자는 것은 잠깐의 피로감을 동반할 뿐 크게 우려할 사안은 아닙니다. 그런데 만약 지속해서 잠을 잘 자지 못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잠재적 질병 위험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며, 어떤 경우에는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픽 참조』. 일주일동안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할 경우 우리 몸에서는 700가지의 유전적 변화가 일어나며 이로 인해 심장병, 비만, 암 등 심각한 질병을 초래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만성적으로 잠이 부족한 사람은 어떤 요인에 의해서든 조기 사망할 위험이 더 높습니다. 한 연구에서는 하루 6시간 이하로 자는 사람은 향후 14년 동안 사망할 위험이 4배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지요.

수면부족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경제적 효율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 수면 및 행동 연구센터 조지 벨렝키 교수팀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수면부족으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이 한해 1천억 원에 달한다고 합니다. 잠을 안자고 야근하면 일하는 시간이 늘어나니, 경제적으로는 이익이 아닌가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수면부족이 업무효율 및 생산의 질을 방해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경제적 손실을 입힌다는 것이지요. 조지 벨렝키 교수는 “잠을 잘 자는 것이 곧 경제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생기죠. 대체 몇 시간을 수면부족으로 보느냐는 겁니다. 수면과학의 종합적 결론에 따르면 7-7.5시간이 인간에게 필요한 적정 수면 시간입니다. 세계 수면전문가들 95%이상이 성인은 하루 7-9시간의 잠을 자야 인체 기능이 최적화된다는데 동의합니다. 이에 따라 수면부족이라 할 수 있는 정도는 하루 6시간 이하를 가리킵니다. 2주 동안 하루 평균 6시간미만 잔다면 만성적인 수면부족으로 간주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24시간 주기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에 따라 체내 생체시계가 작동합니다. 낮과 밤, 잠자는 동안, 깨어있는 동안의 체내 활동이 이 리듬에 따라 흐른다는 뜻입니다. 『24시간 주기 생체리듬 시계의 흐름』 그래픽을 보면 기본적으로 밤 9시경 수면 호르몬 멜라토닌이 생성되면서 몸은 잠 잘 준비를 시작하고 아침 6시경 깨어나게 됩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9시에 자야하고 6시에 깨어야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이에 7-9시간 잠을 충분히 자는 것이 건강한 생체리듬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주목해야할 것은 만성적 수면부족 상태는 하루 24시간동안 잠을 전혀 안 자는 몸의 상태와도 같다는 것입니다. 잠을 제대로 못 자게 되면 위 『그래픽』 상에 나와 있는 시간별 생체리듬이 깨지기 마련이죠. 하룻밤을 꼬박 새어 24시간 잠을 안자본 사람들은 알지요. 그 멍멍한 느낌말입니다. 미국 브리검여성병원 다니엘 코헨 박사팀의 연구결과를 보면 만성적인 수면부족 상태는 생체리듬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로, 부족한 잠을 한꺼번에 보충해도 근본적으로 수면부족이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잠이 항상 모자란 사람들은 운동능력, 집중력, 민첩성이 점점 약해집니다. 결국엔 제 때 자고 일어나는 규칙적 노력을 통해 생체리듬을 정상적으로 끌어 당겨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만약에! 하루 이틀 삼일 72시간 동안 연속해서 잠들지 못하면 우리 몸은 어떻게 될까요? 앞서 예를 든 중국 축구 광팬처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데, 잠을 자야할 때 안자면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시간에 따라 우리의 몸이 얼마나 피폐해져 가는지 그 결과들을 살펴봤습니다. 극단적으로 잠을 안자는 것이긴 하지만, 인간의 정신 환각과 신경 감각둔화에 이르는 모습에서 충분한 잠이 왜 필요한가를 역설적으로 말해줍니다. 가히 살아있는 시체 ‘좀비’의 모습으로 변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잠 못잔지 24시간

2010년 국제 직업 및 환경의학 저널에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잠을 못잔 사람의 인지기능 손상 상태는 혈중 알코올 수치 0.10%에 달하는 만취 상태와도 같습니다. 기억력, 집중력, 청각, 손과 눈의 협업, 즉 손과 눈의 동작을 일치시키는 능력이 손상되어 술에 만취한 사람처럼 변한다는 것이지요. 이는 곧 어떤 불의의 사고로 인해 사망할 위험성까지 높입니다.

잠 못잔지 36시간

뜬 눈으로 하루 반나절을 보냈으니 머리가 빙글빙글 돕니다. 간호 및 임상 수면 교육자 테리 크랄레 박사는 36시간동안 잠을 못자면 심혈관계 건강과 혈압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특히 혈류 내 염증수치가 급격히 증가합니다. 이는 전체적 건강에 위험 신호로 심장 박동이 증가하고 혈압이 치솟아 뇌졸중 위험까지 높아집니다. 호르몬에까지 영향을 미쳐 감정선은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잠 못잔지 48시간

잠을 자지 않고 이틀 째, 몸의 상태는 더욱 악화됩니다. 정신 혼미상태가 가장 심할 때인데요. 그러다 보니 몸이 마이크로수면(microsleeps)을 통해 잠시나마 잠을 보상받으려 합니다. 마이크로수면은 깨어있을 때의 순간적인 잠을 말하는데요. 자신도 모르게 깬 상태로 잠에 빠져들지만 아주 잠깐의 수초 동안 지속됩니다. 마이크로수면은 정신이 혼미한 상태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정상적인 잠이라 할 수 없으며, 피한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뇌가 극도로 혼란을 겪기 때문에 무언가 해야 하는 업무가 있다면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우며 뭔가 잘못될 공산이 큽니다.

잠 못잔지 72시간

집중력, 행동력, 인식력 등 뇌와 신체 기능에서 총체적인 난국상태가 됩니다. 심신약화로 환각 상태가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시각, 후각, 촉감 등의 감각을 둔화 시켜 그야말로 ‘좀비’의 모습이 됩니다. 게다가 신체 떨림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고, 근육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좀비’상태가 될 때까지 잠을 안자는 경우는 드물겠지요? 이번 [만약에]서는 만성적 수면부족과 극단적으로 잠을 안잘 경우 내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중점을 둔만큼 수면의 질이나 잘 자는 방법 등과 같은 다른 측면은 다루지 않았습니다. 잠 부족에 따른 몸의 현상을 먼저 이해하자는 뜻에서입니다.

그런데 이 수면부족의 건강학적 문제점에 대한 자료를 조사하던 중, 잠시 멈칫하게 한 통계결과가 있었습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생활시간 변화상-수면시간에 대한 것입니다. 10세 이상 한국인의 수면시간이 2014년 기준으로 평균 7시간 59분인 것으로 조사됐는데요. 거의 8시간으로 한국인이 비교적 충분한 잠을 자고 있다니, 이 시점에서 수면부족을 이야기하는 것이 과연 시의성이 있나 싶었습니다. 잠이 부족해 늘 피곤하다는 사람들이 주위에 태반인데… 결과가 믿기지 않은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조사결과에 대해 ‘딴 나라 통계냐’는 볼멘소리도 심심찮게 들렸습니다. 고된 업무, 스트레스, 야근 등에 의해 직장인들의 수면시간은 이에 못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인데요.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에 혼란만 가중된 듯합니다. 6시간 이하 수면부족은 물론 잠을 잘 못자는 사람들도 의외로 많다는 것이 현실.., 통계 결과처럼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평균 8시간 충분한 잠을 자고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밤 그리고 당신의 잠, 정말로 안녕하셨나요?

※ 참고자료 : 한국건강관리협회 /everydayhealth.com/ TED-Ed ‘What would happen if you didn’t 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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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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