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 듯 말 듯… 재미와 함께 상상력 자극

이재길의 누드여행(26)

자끄-앙리 라르띠끄

20세기 초반, 예전의 낡은 사진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사진분리파 운동의 시작으로 ‘사실주의 사진’의 시대가 열리면서 대상의 본질을 사실 그대로 해석하는 ‘즉물주의’ 사진운동이 본격적으로 일어났다. 폴 스트랜드, 에드워드 웨스턴 같은 많은 사진예술가들은 대상을 어떤 꾸밈도 없이 표현함으로써 프레임 안 존재가 갖는 본질의 의미를 투영하려 하였다.

하지만 당시 모든 사진가들이 이런 즉물주의 사진을 추구했던 건 아니었다. 세계적 사진가들의 주요 활동무대였던 프랑스에선 사진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몇몇 사진가들의 작지만 중요한 움직임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세련되고 감각적인 시선으로 기존 사진에 대한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리면서 사진예술의 외연을 확장시키는 파격적인 작품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자크-앙리 라르띠끄(Jacques-Henri Lartigue)의 작품이었다.

라끄띠끄는 강렬한 명암대비와 독특한 카메라 앵글을 통해 프랑스 고유의 고풍스런 예술성을 도드라지게 나타냈다. 인간중심의 사진 가치를 추구한 그의 작품에는 늘 인간존재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늘 진하게 묻어났다. 당시 사진가들에게선 찾아보기 힘든 진취적이고 세련된 표현력을 보였으며, 대표적으로 그의 누드작품은 획기적이고 새로운 사진 시대를 여는 단초로 평가받게 되었다.

사실 라끄띠끄는 처음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는 1910년부터 약 60여 년간 ‘단순히’ 자기 가정의 울타리 안에서 소소한 가족사진들을 찍어오면서 솔직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아왔을 뿐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가족 앨범사진이 아니었던 것이다.

화가이자 사진가로 활동했던 라르띠끄. 그의 내면에 깃든 무한한 시각적 표현력은 가히 독보적이었다. 1963년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이 세계적인 관심을 받으면서 그는 가장 인간적인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기 시작했다. 소소한 이야기가 담긴 그의 사진이 대중의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예민한 감각과 감미로운 감성이 지닌 신선함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그의 누드사진은 당시로선 결코 쉽게 재현하기 힘든 현대예술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그것은 대중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라르띠끄의 누드사진에는 때 묻지 않은 감정의 순수함이 있다. 자신의 여인을 카메라에 담아내는 그의 프레임은 매우 자유롭고, 형식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가 돋보인다. 가령, 가슴이 훤히 드러낸 얇은 옷을 입은 여인은 라르띠끄의 다리 사이에 누운 채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다리와 함께 여인을 찍음으로써 자신의 설레는 감정을 솔직하게 담아내며 재미와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다.[사진1]

계산 없는 순수하고 본능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여인의 모습은 숨 막히는 섹슈얼리티, 그 자체다. 이는 벗은 여체를 향한 순수한 감정만이 작품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절대적 요인임을 증명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전통적인 프랑스 사진예술의 정석을 보여주듯, 그의 사진이 지닌 부드러운 정감과 재치가 넘치는 표현감각은 시대를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누드사진의 가치와 예술성을 빛나게 만든다. 

라르띠끄는 여체가 빚어내는 아름다운 굴곡이나 넓은 골반, 풍만한 가슴을 두드러지게 강조하지 않았다. 오히려, 보일 듯 말 듯한 여인의 누드를 절묘한 카메라 앵글로 담아냄으로써 여체의 신비와 환상을 환기시켰다. 그는 또한 여인의 누드가 주변의 다른 소품이나 환경과 맺는 은유적인 묘사를 통해 사랑하는 여인을 향한 본능적인 시선을 올곧게 담아낸다.

그의 누드사진에선 여인과의 에로틱한 사랑을 꿈꾸는 본능적인 욕망이 느껴진다. 열렬히 사랑하는 여인의 작은 몸짓 하나에도 강렬한 성적 호기심을 느낀 그는 여체의 섹슈얼리티를 통해 여인의 존재적 가치와 아름다움을 길어올리고자 하였다.

그래서일까? 라끄띠끄의 누드사진은 여인의 누드를 향한 관능적 측면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역설적이게도 삶에 대한 따뜻한 위로와 미적 가치를 알려주는 예술성을 지닌다.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25) 창녀라고 다르랴… 여인들의 존귀한 누드

(24) 환상, 신비… 극단적 왜곡으로 누드 재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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