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신약 26개 허가… ‘블록버스터’ 6개뿐

 

야심차게 세상에 나온 국산 신약들은 국내외 시장에서 성공 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을까. 일부는 그렇지만, 모두 해당되진 않는다. 지금까지 허가된 국산 신약 26개 제품 가운데 지난해 블록버스터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 100억원어치 이상 생산된 신약은 6개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온라인의약도서관에 보고된 지난해 의약품 생산실적에 따르면 보령제약의 고혈압약 카나브(국산 신약 15호, 2010년 허가)가 393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젬백스의 췌장암약 리아백스(21호, 2014년) 267억원, LG생명과학의 당뇨병약 제미글로(20호, 2012년) 196억원, 일양약품의 항궤양제 놀텍(14호, 2008년) 192억원, 동아제약의 발기부전약 자이데나(10호, 2005년) 117억원, 종근당의 당뇨병약 듀비에(20호, 2013년) 105억원의 순으로 100억원을 넘어섰다.

“어엿한 블록버스터” = 고혈압약 카나브는 군계일학이다. 단박에 국내 단일제 처방 1위 품목으로 성장했고, 생산실적이 지난해 400억원에 육박했다. 멕시코 발매 1년 만인 지난해 순환기내과 처방률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카나브는 멕시코 제약사 스텐달에 수출돼 중남미 13개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이뇨제를 섞은 카나브플러스가 출시됐고, 고혈압약 암로디핀, 고지혈증약 로수바스타틴을 섞은 복합제도 각각 임상3상의 끝자락에 있어 카나브 성장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가장 많이 처방되는 DPP-4 계열 당뇨약인 제미글로의 성장세도 매섭다. 최근 3년간 73억원에서 196억원으로 생산실적이 배 이상 뛰었다. 복합제 제미메트와 합작한 생산실적은 지난해 292억원에 이른다. 같은 계열의 리딩 제품인 자누비아를 키워낸 대웅제약이 올해부터 판매를 맡아 귀추가 주목된다. 사노피아벤티스, 스텐달과 세계 104개국 수출계약을 맺어 해외진출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글리타존(TZD) 계열 당뇨병 신약인 듀비에도 출시 2년 만에 생산실적 100억원을 넘어섰다. 이 약은 인슐린 분비 호르몬 분해효소를 억제하는 DPP-4 계열과 달리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해 췌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혈당강하효과가 강력하고, 저혈당의 위험이 적다. 걸림돌이었던 심혈관계 부작용 이슈도 종식돼 시장 확대가 점쳐진다.

항궤양제 놀텍은 꾸준하다. 2013년에 100억원 고지를 처음 돌파했고, 지난해 200억원에 가까운 생산실적을 냈다. 2013년에 아랍에미리트 제약사 라이프파마와 수출계약을 맺어 올해부터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13개국을 시작으로 수출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미국과 유럽, 중국, 일본 등 세계 30개국에 물질특허를 등록했다.

“아직 지켜봐야” = 최초의 국산 발기부전 신약인 자이데나는 치열한 발기부전약 시장에서 국산 신약의 체면을 세우고 있다. 지난 10년간 1400억원 가까이 팔린 스테디셀러이지만, 비아그라와 시알리스 제네릭의 공세 속에 최근 3년간 생산실적은 172억원에서 117억원으로 하향세를 긋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동아제약은 올해 자이데나 약값을 최대 67% 낮추는 초강수를 뒀다.

자이데나 이후 허가된 토종 발기부전 신약인 SK케미칼의 엠빅스(13호, 2007년), JW중외제약의 제피드(17호, 2011년)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엠빅스는 한때 필름형 제제로 관심을 모았고, 제피드는 빠른 발기효과를 앞세웠다. 그러나 지난해 각각 18억원, 13억원의 생산실적을 내 존재감이 흐릿하다. 엠빅스는 조루약 프릴리지 복합제 개발을 위한 임상을 진행하며 도약을 꾀하고 있다.

췌장암약 리아백스는 젬백스 계열사인 삼성제약이 유통을 맡아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공급됐다. 200억원대 생산실적이 매출에 제대로 반영될 지 관심을 모은다. 환자의 자가 면역력을 높여주는 이 약은 국내 임상3상을 병행하도록 조건부로 허가됐다. C형간염 바이러스에 대해 항바이러스 효과가 있는 것으로 연구를 통해 나타났고,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암으로 적응증 확대를 꾀하고 있다.

“실적 개선, 그나마 다행” = 지난해 생산실적이 100억원에 못 미치지만, 실적 개선을 보이는 국산 신약들도 있다. JW중외제약의 항생제 큐록신(4호, 2001년)은 최근 3년간 18억원에서 42억원, LG생명과학의 항생제 팩티브(5호, 2002년)는 17억원에서 47억원으로 생산실적이 늘었다. 2013년에 중국 텐진그린파인제약과 수출계약을 맺은 큐록신은 올해부터 5년간 중국에 수출된다. 팩티브는 생산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해외 매출 급감과 다가올 특허만료로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대원제약의 골관절염약 펠루비(12호, 2007년)도 지난해 6월 약물이 서서히 방출되는 서방정을 출시하면서 50억원 안팎이던 생산실적이 85억원으로 뛰었다. 최근 몇 년간 요통, 류마티스 등의 적응증을 추가했고, 급성상기도엽까지 적응증을 넓힐 계획이다.

일양약품의 백혈병약 슈펙트(18호, 2012년) 역시 최근 3년간 19억원에서 42억원으로 생산실적이 오름세다. 아시아 최초의 만성 골수성 백혈병약인 슈펙트는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강화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국내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세계 의학계는 슈펙트의 우수한 약효와 경제적 약가를 주목하고 있어 해외 진출이 더욱 기대된다.

“증발 또는 하향세” = 반면, 허가된 국산 신약 중 3개는 시장에서 아예 자취를 감췄다. 국산 신약 1호인 SK케미칼의 위암약 선플라(1999년)는 적응증을 못 넓힌 채 차세대 항암제의 등장에 밀려 생산이 중단된 상태이고, 세계 최초의 방사성의약품 간암약으로 기대를 모았던 동화약품의 밀리칸(3호, 2001년)과 세계 최초의 녹농균 예방백신인 CJ헬스케어(옛 CJ제일제당)의 슈도박신(7호, 2003년)은 스스로 시장에서 물러났다. 시장성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나머지 신약들은 생산실적이 미미하거나 하향세다. 대웅제약의 당뇨성 족부궤양 신약인 EGF외용액(2호, 2001년)은 바이오신약 1호로 2014년에 국내 임상3상을 마치고, 동남아와 터키, 러시아 등 11개국에서 수출계약을 맺어 글로벌 제품으로 도약할 가능성을 품고 있으나, 희귀의약품이라 생산실적이 10억원대로 많지 않다. 보건당국이 희귀의약품을 신약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신약의 지위도 잃었다.

바이오벤처 아피메즈와 구주제약이 공동개발한 골관절염약 아피톡신(6호, 2003년)은 봉독을 활용한 천연물신약 1호로 현재 미국 FDA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생산실적은 아직 10원억에도 못 미친다. 신풍제약의 말라리아약 피라맥스(16호, 2011년)는 1억원대 생산실적을 내고 있다, 하지만 허가 후 임상에서 말라리아 재감염에 따른 반복투약에서도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등 임상사용 준비를 실질적으로 끝냈고, 지난해 11월 유립의약품청 승인을 획득해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분석이다.

종근당의 항암제 캄토벨(8호, 2003년)은 최근 3년간 36억원에서 24억원으로 생산실적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 기존 항암제인 토포테칸과 지난해 비교임상에서 재발성 난소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늘리는 데 더 우수한 것으로 입증돼 아직 지켜볼 만하다. 난소암과 소세포폐암에 적응증을 갖고 있다.

출시 첫 해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던 유한양행의 항궤양제 레바넥스(9호, 2005년)는 최근 생산실적이 38억원에서 19억원으로 반토막나고 매출도 줄고 있어 성장세가 꺾였다는 평가이다. 부광약품의 B형간염약 레보비르(11호, 2006년)는 2009년에 미국 임상3상에서 근육병 부작용이 나타나 임상이 중단된 여파로 생산실적이 20억원대로 고구라졌다가 지난해 84억원어치를 생산하며 숨을 고르는 분위기다.

“우리는 기대주” = 지난해 허가된 5개 신약은 기대주들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골관절염약 아셀렉스(22호, 2015년)는 동아ST를 통해 오는 6월부터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에 공급된다. 지난 1월 터키 제약사와 수출계약을 맺은 데 이어 중국, 러시아, 동남아, 남미 제약사와도 협상이 진행 중이다. 업체측은 연내 매출 100억원에 도전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동화약품의 항생제 자보란테(23호, 2015년)는 최근 국내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2016’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오스텔 레버토리즈와 기술수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해 아프리카 시장 진출에 힘을 싣게 됐다. 미국 임상3상 계획을 허가 받은 자보란테는 아시아와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 국가, 중남미, 유럽, 미국 등 해외시장 지출을 지속적으로 협의 중이다.

동아ST의 항균제 시벡스트로 정제(24호, 2015년)와 주사제(25호, 2015년)는 2007년에 미국의 트리어스 테라퓨틱스(현 MSD)에 기술 수출돼 2014년 6월 FDA 승인을 받아 미국에서 먼저 출시됐다. 우수한 내약성과 1일 1회 투약 편의성, 짧은 치료일수가 장점이다.

DPP-4 계열의 당뇨병약인 동아ST의 슈가논(26호, 2015년)은 임상에서 저용량으로도 충분한 약효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동일 계열약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으며, 메트포르민 서방정 복합제인 슈가메트도 허가됐다. 국내 임상 때부터 해외진출을 추진해 중국, 인도, 브라질, 러시아의 제약사와 수출계약을 맺은 상태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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