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비 저가 경쟁에 설 곳 잃는 ‘명품 의료’

 

국내 유통되는 수입명품 중에서 40%가량은 이탈리아 국적의 브랜드이다. 그래서인지 이탈리아는 나라이름 만으로도 명품으로 표현될 만큼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처럼 명품의 대표적인 특징 중에 하나는 어떤 고급 진 재료를 썼는가도 중요하겠지만 어디서 누가 만들었는가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몇 해전 인기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중 ‘이탈리아 장인이 한 땀 한 땀 꿰맨’이라는 표현은 희소가치가 부각되는 상품을 비유하는 유행어로 한동안 회자 된 적이 있다. 비싼 물건에는 이유가 있듯이 숙련된 장인이 오랜 시간을 들여 상품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의미로 쓰인 ‘장인의 한 땀’은 우리에게 강한 신뢰감을 얻기에는 충분했다.

명품이 강한 신뢰를 바탕으로 유지되는 것처럼 의료서비스 역시 명품과 유사한 메커니즘을 갖는다. 좋은 의료서비스는 명품의 척도를 평가하는 기준처럼 재료의 질을 따지기 이전에 의료진의 기술력에 무게중심을 둔다.

단기간 내 연마된 기술이 아닌 오랜 임상사례를 접하고 환자 개인의 특성에 따라 전문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기술력을 쌓을 때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이 유지된다. 이때 의료진이 제값을 매길 수 있는 것이며 환자는 제값을 지불해도 불만이 없게 된다.

이처럼 소비자인 환자에게는 비용이전에 누가 진료하고 보살피는 가도 중요한 선택요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비보험 진료와 치료들이 지나친 저가경쟁으로 내몰리면서 의료진의 기술료는 덤핑처리 되고 있는 듯 하다.

보톡스 주사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초창기 보톡스는 몇 십 만원을 호가하면서 사모님의 미용상품으로 출발했지만 지금은 2~5만원까지 낮아져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찾는 미용아이템이 됐다. 지금은 비용부담이 낮아져 많은 사람들이 어느 병원에서나 회춘할 수 있는 미용주사의 대명사가 됐다.

이러한 대중화는 국내 미용의료시장의 발전을 이끌었고, 유관제약산업 까지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지만 과잉공급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저가의 출혈경쟁 속에서 너도나도 손을 놓을 수 없는 레드 오션이 되었다. 마침내 보톡스는 어느 병원에서나 몇 만원만 주면 맞을 수 있는 비보험 진료의 미끼상품으로 전락해 버렸다.

문제는 비단 저가 경쟁에서만 머무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의사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실력을 쌓으면서 투자하는 고가정책을 쓰기 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에서 가격을 낮추는데 집중하다 보니 의사의 기술료는 의미를 상실하게 됐다. 결국 보톡스를 잘 놓는 것보다 박리다매로 많이 놓는 의료진이 살아남는 구조가 됐다.

또한 저가 경쟁으로 시장의 가치가 하락한 동시에 환자들도 피해를 보게 되었다. 미숙한 의사의 시술로 환자는 마루타가 됐고, 뒤 이어 부작용 또한 증가하게 됐다. 이를 볼모로 의사를 협박해 돈을 뜯는 블랙컨슈머도 파생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저가 경쟁의 문제점은 치과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고가 치료 중에 하나인 임플란트가 대중화 되면서 소아치과나 교정치과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치과에서 가능한 시술이 됐다. 공급자가 늘어나다 보니 초창기 250만원에서 400만원 하던 시술비가 최근 들어서 100만원이하로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반값 임플란트를 표방하는 치과도 등장해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치과계 전체가 몸살을 치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이 시술 할수록 손해를 본다는 개원의 들도 속출하고 있다. 임플란트는 시술 특성상 고 난이도의 기술을 요구할 뿐만 아니라 일회성 치료가 아닌 장기간의 집중관리가 필요하다. 그만큼 공급자인 의료진도 평가절하에 대한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한다는 뜻이다.

비록 임플란트가 저렴해 진 덕분에 환자들에 치료의 부담을 줄여주었을지언정 한쪽에서는 임플란트 시술을 유도하는 과잉진료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과잉진료에 대한 불신으로 치료견적만 전문으로 봐주는 치과까지도 등장하고 말았다.

임플란트의 남발로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례 역시 증가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의 선택이 의사의 숙련도와는 거리가 먼 가격에 맞춰지는 데에 대한 문제일 것이다. 이처럼 가격을 전제조건으로 구매력을 유발 한다는 것은 자칫 위험한 발상이 될 수 있다. 환자와 의사 간 서로가 공멸을 자초하는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격이 싸다는 것은 분명 구매력을 자극하는 요소일 수 있으나 의료영역만큼은 의료진을 선택하는 대한 잣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의료진의 기술로 무형의 상품이 만들어지는 의료영역에서는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치료에 대한 합리적 비용을 해석하는 환자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치료비가 원가의 논리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환자도 알아야 한다. 또한 저가의 함정이 무엇인지도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

의료진의 경쟁력이 반드시 저가일 필요는 없다. 명품의 가치처럼 의료진 스스로가 공급에 대한 희소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찾을 때 의료계 모두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가운데 의사와 환자와의 신뢰는 더욱 견고하게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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