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은 참지!”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죽는 이유(연구)

아플 때 마다 무조건 병원에 갈 필요는 없다. 그런데 혹시 남자이기 때문에 ‘사내가 이쯤은 참지 무슨 병원!’하고 의사 찾는 것을 마다한 적이 있지 않은가? 남자와 여자는 문화 및 성 역할 의식이 달라 아플 때 치료 방식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즉 남성성이 강할수록 남성은 △여성보다 병원에 가길 꺼려하고 △병원에 가게 되더라도 여자 의료진보다 남자 의료진을 더 선호하며 △스스로 약해보이는 것을 싫어해 아픈 증상을 솔직하게 말하기보다 축소시키는 경향도 강하다는 것이다. 이로써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죽는 이유를 심리학적 부분에서 찾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교 심리학과 다이아나 샌체즈 교수팀은 남자 88명 여자 105명 총 193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에 이어, 일반인 298명(남녀 50:50)에게 온라인 질의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건강심리학저널(The Journal of Health Psychology)’ 최신호에 발표했다.

다이아나 샌체즈 교수는 “남성은 여성보다 평균 5년 일찍 사망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단순히 남녀의 생리학적 차이만으로 그 이유를 이해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우리는 왜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죽는가에 대한 답을 남녀 문화·성역할 관념과 연관된 심리학적 부분에서 찾고자 했다”고 연구의 목적과 의의를 설명했다.

연구진은 온라인상에서 묻고 답할 수 있는 질문지를 통해 남성성에 대한 의견을 비롯해 각각 남녀의 성 역할에 대해 물었다. 더불어 아플 때 병원을 얼마나 찾는지에 대해서도 답하도록 했다. 대학교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질문에 답하도록 하고, 이들의 건강상태를 검진했다. 해당 대학교 임상검사실에서 이뤄진 이 검진은 졸업예정 의과·간호학과 남녀 학생들이 하얀 가운을 입고 실제 검진의사처럼 분장해 검사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그런 후 연구진은 남성성 의식 점수와 비교해 건강관련 결과들을 최종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남자는 자고로 용감해야하고 자립심이 강해야 하며, 쉽게 감정을 표현해서는 안된다는 등 마초적 의식이 강한 남성이 이런 의식이 덜한 남성이나 여성에 비해 건강 상태가 더 나쁜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도 참으며 병원을 잘 찾지 않았고, 의사를 만나더라도 그 증상을 축소화시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데 따른 것이다.

또한 남성성 의식 점수가 높게 나타난 남성일수록 여자 의료진 보다는 남자 의료진을 선호했고, 그들 앞에서 아픈 증상을 설명할 때 감추거나 축소시키는 등 솔직하지 못한 모습을 나타냈다. 같은 남자 앞에서 자신의 아픔을 다 말하는 것은 곧 자신이 약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자존심이 상한 일로 여기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여성 의료진 앞에 선 남성들은 아픈 증상에 대해 더 솔직한 모습을 드러냈는데, 본연의 남성적 자존심을 여자 앞에서는 잃을 것이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었다.

마초적 성향과는 조금 다르지만 여성에게서도 스스로 강인하고 자립적으로 행동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병원 치료를 멀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점에서는 성별에 관계없이 자립적 성향(Self-reliance)이 얼마나 강하느냐에 따라 의료서비스를 받는 빈도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건강 위험도도 달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샌체스 교수는 “다만 성 역할 관념에 따라 나타나는 건강 위험도는 남성에서 더 나쁘게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며 “대체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강인해야하고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문화·성역할 의식을 더 강하게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파서 누군가(의료기술이든 아니든)에게 의존하는 것을 꺼린다”고 말했다. 이러한 남성성 성 역할 관념이 의료서비스를 받는데도 영향을 미쳐 남성이 여성보다 일찍 사망하는 원인 중 하나로도 꼽을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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