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해”… 나이 들수록 짜게 먹는 한국인

나이 들면 미각, 후각 기능의 감소로 짠 음식을 찾게 돼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인은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을 2배 이상 섭취하고 있는 가운데 70대 연령층은 나트륨 섭취 비율이 20대보다 7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제대의대 일산백병원 김동준 교수(당뇨병내분비센터장)팀이 보건복지부의 2008-2011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토대로 1만8000명의 연령별, 성별, 직업별 나트륨 섭취량을 검사한 결과 이 같이 드러났다고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이 23일 전했다.

이 연구결과는 단순 설문조사가 아니라 대상자의 소변 샘플에서 직접 24시간 동안 나트륨, 크레아티닌의 양을 측정한 것으로 국제학술지 ‘메디신(Medicine)’ 3월호에 소개됐다.

연구에서 한국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4349㎎으로 드러나 WHO의 하루 나트륨 섭취 권장량(2000㎎, 소금은 5g)의 2배 이상 먹고 있는 셈이다. 나트륨을 하루 2000㎎ 섭취하는 사람은 전체 연구대상자의 18.5%에 불과했다. 연구대상자의 고혈압과 비만 유병률은 각각 28.5%, 32.2%였다.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은 연령대에 따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20대의 하루 나트륨 2000㎎ 이상 섭취율에 대비하면 30대는 1.8배, 40대는 2.5배, 50대는 3.9배, 60대는 5.9배, 70세 이상은 7배 높았다.

WHO 권장량을 3배나 초과하는 하루 6000㎎ 이상 나트륨 섭취율도 20대 대비 40대는 1.5배, 50대는 2.4배, 60대는 3.1배, 70대는 3.3배였다. 연령대가 높을수록 나트륨 섭취량이 증가한 것이다.

연구팀은 논문에서 “나이 들면 미각, 후각이 감소해 소금이 많이 든 짠 음식을 선호하게 되며 이로 인해 소금의 주성분인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나트륨 과다 섭취가 원인이 될 수 있는 고혈압, 심장병, 골다공증, 신장 질환, 위암 등의 발생 위험은 나이 들수록 높아진다. 하지만 나트륨 줄이기에 가장 신경 써야 할 고연령층의 나트륨 섭취량이 오히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고혈압 진단을 받았지만 약을 복용하지 않는 환자의 하루 6000㎎ 이상 나트륨 섭취율이 정상 혈압인 사람보다 1.4배 높았다. 반면 현재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인 환자의 하루 2000㎎ 이상 나트륨 섭취율은 정상 혈압인 사람보다 45% 낮았다.

성별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나트륨 섭취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의 하루 2000㎎ 이상 나트륨 섭취율과 하루 6000㎎ 이상 나트륨 섭취율은 남성의 각각 1.6배, 1.8배였다. 이는 남성의 나트륨 섭취량이 여성보다 더 높게 나오는 서구의 연구결과와는 상반된다.

김 교수팀은 논문에서 “북미, 유럽인은 가공식품을 통해 나트륨을 주로 섭취하는 데 반해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에선 가정 음식의 맛을 높이기 위해 간장, 소금 등 나트륨 함유 향신료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우리나라 여성은 상대적으로 가정에서 음식을 많이 먹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서 학력별로는 고학력자, 직업별로는 관리, 전문직 종사자의 나트륨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한편 나트륨 섭취 줄이기는 비용 대비 효과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질병 예방 관리 방법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에선 소금 섭취량을 3g 줄이면 연간 심장병 12만명, 뇌졸중 6만6000명, 심근경색 9만9000명, 모든 원인의 사망자를 9만2000명까지 감소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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