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국내 메르스는 감염력 낮춘 돌연변이

 

 

지난해 국내를 강타한 중동호흡기증후군 ‘메르스’ 바이러스가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국내 메르스 바이러스가 오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감염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조남혁 서울대의대 미생물·면역학 교실 교수와 김연숙 충남대병원 감염내과 교수의 공동연구팀은 지난해 메르스 유행 당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은 메르스 환자들의 검체를 이용해 바이러스 유전체를 분석하고, 변이를 일으킨 바이러스의 실제 감염력을 실험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연구팀은 메르스 환자 13명에게서 분리한 바이러스 중 12명에게서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 당단백질'(spike glycoprotein)에 돌연변이가 생긴 사실을 확인했다. 이중 11개는 ‘I529T 돌연변이’, 1개는 ‘D510G 돌연변이’였다.

이들 돌연변이는 질병관리본부와 서울대병원에서 확인했던 것과 같다. 지난 1월 국립보건연구원은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메르스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당단백질(Spike glycoprotein genes) 유전자 분석 결과 사실상 동일 계통 바이러스”라고 밝힌 바 있다. 바이러스 변이 수준은 0.1%으로 당시 국립보건연구원 측은 “현재까지 정보로는 0.1%가 전파력이나 독성 차이를 가져올 만한 변이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르스 바이러스 돌연변이와 인체 감염력 사이의 직접적인 연구는 진행되지 않았다.

한국·독일 공동 연구팀이 메르스 환자 유전체 분석 결과 “유사한 염기서열에 일부는 통상적 수준의 변화”라고 밝힌 것과도 대조적이다. 연구에 참여했던 서울대병원 박성섭 교수(진단의학과)는 당시 “국내에서 유행한 메르스는 돌연변이 등 바이러스 자체 요인 보다 다른 요인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힌바 있다.

조남혁 교수팀은 두 가지 돌연변이가 숙주세포의 감염력에 실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했다. 실험 결과 바이러스의 유전자 변이가 감염력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가설과는 정반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메르스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속(숙주)에서 오래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의 감염력을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돌연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추정했다. 조남혁 교수는 “메르스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생기는 항체 반응을 회피하기 위해 돌연변이 바이러스를 만들어 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메르스 감염 환자의 글로벌 치사율이 약 35%인 것에 반해, 국내 치사율은 20.4%에 머무른 것과 관련 바이러스 돌연변이로 감염력이 떨어져 치사율이 낮아졌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현재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연구 과제를 통해 전체적인 역학조사와 환자들의 임상 경과, 분리된 돌연변이 바이러스의 병원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바이러스 변이의 실체에 대해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미생물학회가 발행하는 공식학술지 ‘mBio’ 3월호에 발표됐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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