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나눔 좋지만…“이런 사람, 헌혈 안돼요”

 

개인이 가장 손쉽게 생명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수단은 헌혈이다. 지난해 메르스 등 감염성 질환이 국내에 유행하면서 헌혈의 손길이 끊겨 전국적으로 혈액부족 사태를 빚고 있다. 그렇다고 마구잡이식 헌혈은 금물이다. 헌혈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사람의 혈액을 임신부가 수혈 받으면 태아 기형 등 치명적인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적십자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헌혈 금지약물이 포함돼 쓸 수 없는 혈액이 수백명의 환자에게 수혈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헌혈자가 금지약물 복용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혈액 채취 후 다음 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금지약물 처방자를 걸러내는 사이에 문제 혈액이 출고될 수 있다.

부작용을 막기 위해 호르몬제나 항생제 등 특정 약물을 복용하는 사람들은 헌혈을 할 수 없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16일 헌혈 금지약물 성분 7개를 의약품 처방 및 조제 지원 시스템인 ‘DUR(Drug Utilization Review)’에 추가했다. 대상 약제들은 건선약과 여드름약, 탈모약, 전립성비대증약, 항암제 등에 쓰이는 성분들이다.

피부질환인 건선 치료에 쓰이는 아시트레틴 복용자는 투약이 끝난 뒤 최소 3년간 헌혈은 물론, 임신을 해서도 안 된다. 가임여성이 임신 전 이 약을 먹어도 중추신경과 심혈관, 근골격에서 태아의 기형을 유발할 수 있다. 아시트레틴은 몸속에서 에트레네이트라는 성분으로 대사되는데, 이 성분의 잔류기간이 길어 치료가 끝나도 2~3년간 태아에 영향을 미칠 위험이 있다. 대한적십자사 혈액관리본부는 에트레네이트 성분을 헌혈 영구금지 약물로 지정하고 있다.

특히 아시트레틴 치료를 받은 사람은 치료가 끝난 뒤 2달간 금주해야 한다. 알코올 섭취가 이 성분의 체내 잔류기간을 늘리기 때문이다. 아시트레틴을 복용한 남성도 정자 생성에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복용 후 체내에서 성분이 완전 대사될 때까지 2세 계획을 안 세우는 게 좋다.

두타스테리드와 피나스테리드는 널리 알려진 탈모약 성분이다. 두타스테리드 복용자는 반년, 피나스테리드 복용자는 1달간 헌혈을 해서는 안 된다. 이들 성분은 남성 태아의 외부생식기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피부로 흡수되는 성분이기 때문에 임산부와 가임여성이 이 성분과 직접 접촉했을 때에는 즉시 물과 비누로 닦아내야 한다. 그러나 탈모약을 먹고 있는 남성이 이 약으로 인해 기형아를 낳을 일은 없다.

여드름약인 이소트레티노인 성분을 복용하면 1달간 헌혈을 피해야 한다. 이 약물로 치료 중 임신하게 되면 투여용량이나 투여기간에 상관없이 기형아를 낳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습진약인 알리트레티노인 복용자도 마찬가지로 1달간 헌혈이 금지된다. 비타민A 유사체인 알리트레티노인은 태아의 혈구형성을 저해해 기형아를 유발할 수 있다.

다발성 골수종 치료제로 제한적으로 쓰이는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하면 1달간 헌혈해서는 안 된다. 이 약은 과거 임산부들의 입덧 방지용으로 판매됐다. 당시 동물실험에서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아 기적의 약으로 불리며 유럽에서 널리 팔렸지만, 이 약을 복용한 임산부들이 잇따라 기형아를 낳으면서 판매가 중지됐다. 전 세계 46개국에서 1만명이 넘는 기형아가 출산됐는데 유럽에서만 8천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탈리도마이드 기형아들은 발가락이 7개이며, 이 중 2개가 서로 들러붙고 발목은 굽은 양상을 보인다. 임신 후 42일 이전에 이 약을 먹으면 사지가 없거나 매우 짧고, 손발가락이 모두 없거나 소실된 기형아를 출산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남성의 정액에 있는 탈리도마이드도 여성의 몸에 들어가면 기형아를 유발시킬 가능성이 있어 철저한 피임이 요구된다.

세포암 치료제인 비스모데깁을 복용하면 7달간 헌혈해서는 안 된다. 쥐 실험에서 두개안면 이상, 회음부 개방, 손가락과 발가락이 소실되거나 들러붙는 기형이 나타났다. 태아의 성장 지연과 변이도 관찰됐다. 이러한 금지약물을 복용하고 있지 않다면 헌혈에 적극 동참할 필요가 있다.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진단검사의학과 신희봉 교수는 “사람의 몸 밖으로 나온 혈액은 오래 저장해 둘 수 없어 지속적인 헌혈 참여만이 환자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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