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나쁜 명령에도 쉽게 따르게 될까

 

과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실험에 추가적인 부연설명을 더한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예일대학교 스탠리 밀그램 교수가 1960년대 진행한 ‘복종실험’이 그 대상이다. 복종실험은 명령에 복종해야 할 땐 다른 사람의 고통도 쉽게 외면하게 된다는 연구결과를 담고 있다. 이번 새 연구논문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왜 이처럼 쉽게 명령에 제압되는지 알아봤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과 벨기에 브뤼셀자유대학교 공동연구팀이 최근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저널’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명령은 이에 복종하는 사람의 책임감을 덜어주는 기능을 한다.

종종 범죄자들이 “위에서 시켜서 따랐을 뿐”이라며 해명할 때가 있다. 이는 단지 체벌을 피하기 위한 변명일까, 아니면 실질적으로 다른 사람의 사주와 명령이 개인의 책임감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하는 걸까.

연구팀은 이 질문의 해답을 찾기 위해 ‘대행자 의식’ 이론을 적용했다. 이 이론은 자신의 행동이 즉각적인 결과물을 낳는다는 생각이다. 가령 전등 스위치를 누르면 곧바로 불이 켜진다. 불이 켜지기 위해선 여러 과정들이 일어나지만 스위치를 누른 동작 하나만으로 이 같은 결과물이 나타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긍정적인 결과물보단 부정적인 결과물이 나타날 때 대행자 의식이 줄어든다. 긍정적인 결과물은 본인의 행동에서 즉각 도출된 것으로 인식하는 반면, 부정적인 결과물은 본인의 행동이 즉각 일으킨 결과물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신체적 고통 혹은 금전적 손해를 일으키도록 명령하거나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이런 행동을 하도록 했다. 또 실험참가자들이 한 행동은 본인에게도 똑같이 돌아온다는 점을 공지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은 자신의 의지대로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쳤을 때보단 명령을 따랐을 때 자신의 ‘행동’과 피해라는 ‘결과’ 사이에 시간이 지연됐다고 느꼈다. 즉 자신의 행동이 곧바로 결과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즉 이는 대행자 의식이 감소했다는 의미로, 본인의 책임감 역시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 볼 때 연구팀은 범죄자의 해명이 사회적 처벌을 피하기 위한 의도도 담겨있겠지만, 기본적으론 강압적인 명령이 책임감을 감소시켰기 때문일 것으로 보았다. 또 사회엔 명령, 복종, 책임감이 항상 존재하는 만큼 어떤 사람이 특히 더 복종에 따르는 성향을 보이는지, 또 죄책감을 덜 느끼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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