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반변성 치료에 ‘아바스틴’ 처방 딜레마

 

항암제로 널리 쓰이고 있는 ‘아바스틴(베바시주맙 성분)’을 안과질환인 황반변성 치료에 쓰는 문제를 놓고 세계 각국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부작용 우려 때문에 아바스틴은 황반변성 치료제로 아직 허가되지 않았지만, 황반변성 전문약보다 훨씬 싸면서 치료 효과는 비슷하다보니 허가 외(오프라벨)로 임상 현장에서 처방되고 있는 실정이다.

10여년 전 미국 FDA에서 처음 승인된 아바스틴은 대장암은 물론, 유방암과 폐암, 난소암 등 다양한 암 치료에 쓰이는 바이오 신약이다. 지금은 로슈에 합병된 제넨텍이 개발한 최초의 혈관생성 억제제로,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표적으로 작용해 암세포의 신생혈관 생성을 막는 치료제다. 로슈에 따르면 50개 이상의 종양 형태에 대한 아바스틴의 효과를 연구하는 임상들이 진행 중이다.

노인성 안과질환인 황반변성에 대한 아바스틴의 치료효과가 보고된 것은 지난 2006년부터다. 황반변성은 망막의 중심인 황반이 노화로 변성돼 생긴다.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병증과 함께 실명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질환이다.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의 농도가 증가하면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비슷한 원리로 병을 억제하는 아바스틴이 투약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황반변성 치료제로 허가된 약은 노바티스의 루센티스(라니비주맙)와 바이엘의 아일리아(애플리버셉트) 뿐이다. 그러나 표준치료제인 루센티스와 아바스틴의 효과를 비교한 미국과 영국 국립보건원의 대규모 임상연구를 보면 황반변성에서 두 치료제의 효과는 비슷하다. 부작용이나 합병증에서 아바스틴의 위험이 다소 높지만, 연구마다 편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바스틴의 안전성 여부는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비용 면에서 루센티스의 경제적 대체제로 아바스틴은 의료진의 선택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보험적용이 안 되는 루센티스의 회당 약값이 150~200만원에 이르는 반면, 아바스틴은 10~30만원 정도다. 현재 아바스틴은 의료기관의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 승인을 거친다는 조건 아래 임의비급여로 처방 가능하다. 2014년 11월부터 루센티스 등 황반변성 치료제의 보험적용 사용횟수를 10회에서 14회로 늘려 보장성을 강화했지만, 평생 관리해야 할 만성질환이라는 점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노인 환자들의 체감지수는 낮을 수밖에 없다.

고령화로 황반변성 환자가 늘어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각국에서는 아바스틴의 안전성 여부와 의료진의 사용 허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 1월 인도에서는 아바스틴을 투약한 황반변성 환자 15명이 안구 통증과 부종 등의 부작용을 호소해 보건당국이 사용판매 조치를 내렸다가 철회한 바 있다.

영국 의료계도 아바스틴의 경제적 이점을 들어 이용 가능하게 해달라고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영국 의료계는 황반변성 환자에게 아바스틴을 쓰면 국민건강보험(NHS) 재정을 매년 1억200만파운드, 우리 돈으로 17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도 아바스틴의 오프라벨을 확대하려다 유럽제약산업협회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안과 전문의들이 국회에서 토론회를 열고, 황반변성 치료제로서 아바스틴의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한국망막학회 보험부이사인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교수는 “노인황반변성 치료에서 아바스틴 사용은 비용 절감과 치료 효과적인 면에서 이점이 있다”며 “안과 의사들이 치료 가능성을 넓힐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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