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등산, 비만인 무릎은 괜찮을까

 

1년 만에 지인들과 주말 등산을 약속한 직장인 조모씨(42). 예상 못한 꽃샘추위도 걱정이지만, 산행에 나서면 막상 몸이 따라줄지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평소 운동과 담을 쌓은 데다 지난해 등반길에 꼴딱 숨넘어갈 뻔했던 경험이 아직도 머릿속을 맴돈다. 게다가 30대부터 푸짐해진 몸매 덕에 요즘엔 무릎이 욱신거려 정형외과 신세도 가끔 지고 있다. 주말이 다가올수록 등산 약속을 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봄을 맞아 준비 안 된 몸으로 무리하게 등산에 나섰다 식겁하는 중년들이 적지 않다. 음주와 기름진 안주에 길들여져 불규칙해진 식습관과 운동 부족, 풍성해진 뱃살이 삼박자를 이뤄 저질 체력을 절감하고, 무릎통증까지 덤으로 얻었다고 울상인 사람들이 심심찮게 눈에 띈다. 실제 대한슬관절학회에 따르면 지난 2009~2013년까지 무릎절골술을 받은 45~54세 환자는 3배, 55~64세 환자는 5배 정도 늘었다.

이러한 골관절염 환자의 증가세는 국내 고도 비만율 증가세와 맞물리는 경향을 보인다.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보면 국내 고도 비만율이 2002~2003년 2.63%에서 2012~2013년 4.19%로 크게 높아지면서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 수 또한 2010년 67만여명에서 2013년 75만여명으로 늘어났다. 2013년 발표된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보면 국내 50~64세 성인의 5.8%, 65세 이상의 24%가 골관절염을 겪고 있다.

무릎은 다른 관절보다 체중의 영향을 많이 받는 관절이다. 운동 부족에 비만인 중장년층이 무리하게 등산 등 운동에 나서면 무릎골관절염에 걸릴 확률은 자연 높아지게 된다. 골관절염은 관절의 연골이 약해지거나 닳으면서 관절을 이루는 뼈와 인대 등이 손상돼 염증과 통증이 생기는 병이다. 비만의 척도로 쓰이는 체질량지수(BMI)가 30 이상인 뚱뚱한 사람은 정상체중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보다 무릎골관절염에 걸릴 확률이 7배 가까이나 높다는 해외 연구도 있다.

어설픈 주말 등산이 무릎통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는 스스로 진단해볼 수 있다. 연세의대 의학공학교실 김덕원 교수팀은 최근 컴퓨터 설문을 통해 한국인의 무릎 골관절염 발병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성별과 연령, 키와 몸무게, 대학 졸업 유무, 고혈압, 무릎 통증 유무, 청소, 걸레질, 빠른 걸음 등 7개 위험인자의 하루 활동량을 컴퓨터에 입력하면 인공 신경망을 이용해 무릎 골관절염 위험도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무릎골관절염을 유발하는 7개 위험인자는 제5차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50세 이상 2665명의 데이터를 활용해 선별됐다. 김 교수팀은 이 프로그램을 45~79세 4796명을 대상으로 한 미국 관절염 조사 데이터에 적용해 정확도를 검증했다. 임상의가 진단하는데 도움이 되도록 무릎통증 환자에서 엑스레이 영상으로 진단한 위험도 분류하고, 방사선학적 골관절염 중증도를 켈그렌-로렌스 체계(KL)에 따라 0~4단계까지 구분한 값도 제시해준다.

무엇보다 충분한 준비 운동 없이 무리하게 등산길에 오르면 무릎 통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등산을 하거나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체중의 5배 이상 무게가 무릎에 실린다. 무릎골관절염을 예방하려면 일단 체중을 줄이고, 무릎의 과도한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 슬관절학회는 “평소에 체중관리, 적절한 근력운동, 가벼운 걷기 등의 운동을 통해 건강한 무릎을 지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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