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 영험… 의대 교수의 종 이야기 책으로 나와

사진이나 영상기록을 남기지 못했던 오랜 과거의 역사는 현재 정사, 야사, 경전 등의 책으로 전달된다. 또 선조들이 남긴 유물을 통해서도 전해진다. 다양한 유물 중 유독 시선을 사로잡는 물건이 있다. 고대시대부터 영험한 힘이 실려 있다고 믿어온 ‘종’이 바로 그 대상이다.

이재태 경북대병원 핵의학과 교수 겸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사장은 20년이 넘도록 종을 수집해왔다. 그리고 이처럼 모인 종들에 담긴 이야기를 저서 『종소리, 세상을 바꾸다』에 정갈하게 담았다. 의료포털 코메디닷컴을 통해 칼럼으로 연재되기도 한 종 이야기 중 역사와 관련이 깊은 내용만 특별히 선정했다.

이 교수는 “전 세계에 널리 분포해있는 종은 뚜렷한 문화적 차이를 내재하고 있다”며 “오늘은 기계 소리가 종소리를 대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종소리는 평화롭고 인정 넘쳤던 아련한 추억을 연상케 한다”며 종의 마력을 설명했다.

이 교수가 처음 종을 수집하게 된 건 1992년 미국국립보건원 연구원 시절이다. 당시 벼룩시장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도자기 인물 10점을 구입하면서 종과 조우하게 됐다. 이후 인터넷 세상으로 접어든 1990년대 후반에는 미국 종수집가협회에도 가입했다.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을 넘어 품격 있고 예술적인 종까지 수집의 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현재 만여 점 넘게 모인 종은 종 제작 당시의 역사부터 이 교수의 손으로 들어오기까지의 최근 에피소드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각인돼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문화, 역사, 종교, 예술이 담긴 종 이야기를 역사학자나 철학자가 아닌 의과대학병원 임상의사가 풀어낸다는 점은 이 책의 색다른 재미다. 종소리가 울리고, 깨우고, 밝히고, 바꾸는 ‘종의 인문학’ 속에서 우리가 도달해야 할 윤리적 귀착점이 어디인지 찾아보는 것도 이 책이 선사하는 선물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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