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수술 매년 1만 여건… 효용성 확실”

의약계 파이오니아 (2) / 이강영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장

로봇수술은 환자에게 로봇을 장착하고, 의사는 환부를 컴퓨터 속 3차원 영상을 통해 확인하면서 로봇을 조정해 원격 수술하는 신(新)의료기술이다. 로봇수술은 2005년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의해 처음 국내에 상륙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 신기술 중 옥석을 가리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러나 세브란스병원은 로봇수술이 의료기술의 미래라고 판단, 아낌없는 투자를 유치해 이 분야를 집중 육성했다. 이제 로봇수술은 서울아산병원, 분당서울대병원 등 주요 대형병원에서 매년 1만 건 정도의 수술이 시행되고 있다.

현재 세브란스병원 로봇내시경수술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강영 교수는 국내 로봇수술 분야의 개척자 가운데 한명이다. 연세의대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 한국의학회, 대한대장항문학회, 대한외과학회 등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강영 교수는 “대장암, 직장암 등을 수술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을 개선하기 위해 늘 수술법에 대해 고민하던 순간에 로봇수술을 접하게 됐고, 효용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다”며 로봇수술을 시작하게 된 동기를 설명했다.

“수술할 때 시야가 충분히 확보되면서 최소로 절개해야 방광 등 다른 부분을 자극하는 일이 적습니다. 이러면 부작용이 줄어든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으나 마땅한 수술법이 나오지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지요.”

현재 직장암은 주요 질환별 로봇수술 건수 중 3위(8.5%)를 차지할 정도로 많이 쓰이고 있다. 앞으로 적응증은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현재 세브란스병원은 난소암 등 부인암에도 로봇수술을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로봇수술은 환부를 절개하지 않고 복강경 수술처럼 환자의 몸에 1~4개의 구멍을 뚫어 실시된다. 환자의 수술 부위가 작아지는 만큼, 출혈이 적고 회복속도가 빠르다. 로봇 팔은 상하좌우는 물론 회전도 가능해 기구가 도달하기 어려운 곳에도 충분히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의 완성도도 높아진다. 의사가 개복, 복강경으로 수술을 진행할 때는 오랜 시간 동안 서서 수술 기구를 잡고 있어 손떨림 등 이상 증상이 생길 수 있으나 로봇수술은 조종 칸에 앉아 조정하기만 하면 된다. 로봇이 의사의 손떨림 증상도 잡아주는 기능도 한다.

이강영 교수는 “로봇수술로 인해 예후가 좋은 분야는 바로 직장암, 갑상선암, 전립선암”이라며 “그 중 직장암이 로봇수술 치료효과가 가장 크다”고 설명했다. 직장암을 복강경으로 수술하면 환부가 골반 뼈에 둘러싸여 있어 시야를 확보하기 어렵다는 단점과 함께 전립선, 방광 등 주변 장기가 손상되는 부작용이 있었다. 개복, 복강경 수술 후에도 성기능장애, 배뇨장애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았으나, 로봇수술은 이러한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또한 갑상선은 목 부분에 위치해 복강경 수술시 수술자국이 크게 남아 미관상 좋지 않고 뇌와 연결된 신경이 많아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 하지만 로봇수술은 환부를 최소 절개하므로 수술자국이 남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 로봇수술이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는 많다. 이강영 교수는 “로봇수술은 개복, 복강경처럼 수술법 중 하나일 뿐 기존 수술법보다 무조건 뛰어난 것은 아니다”라면서 “비용대비 효과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로봇수술 비용은 기존 개복, 복강경 수술보다 2~3배 비싸고, 건강보험 적용도 안 된다. 로봇수술 비용은 환부에 따라 700만원~1500만원이나 한다. 현재 건강보험 적용에 대해 보건복지부와 주요병원 관계자들이 논의하고 있으나 적용 여부나 시기는 미지수다.

수술용 로봇 가격이 비싼 것도 단점 중 하나다. 현재 수술용 로봇은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가 독점하고 있으며, 한 대당 30~40억을 호가한다. 국내에서는 4~5개 업체가 개발을 끝내 임상시험을 계획하고 있다. 경쟁사가 대거 투입되면 수술용 로봇 가격도 낮아질 것이고, 수술비용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한 로봇수술은 의사가 환부에 직접 손을 대고 시술하는 게 아니라 조종칸에서 로봇을 조정하기 때문에 환부의 촉감을 느끼기 어렵다. 현재 환부의 촉감을 느낄 수 있는 시스템과 동작도 훨씬 자유로운 시스템이 개발 중에 있다.

국내 수술용 로봇에 관한 연구개발은 아직 진행 중이지만, 미국을 비롯한 많은 국가에서 로봇수술의 효용성이 이미 증명되어 가고 있는 만큼, 로봇수술은 점차 확대되어 갈 것은 분명하다.

이강영 교수는 “우리나라에서도 국민의료복지 증진에 기여하는 수술용 로봇 개발을 위해서는 의료 전문가와 로봇관련 전문가가 적극적으로 상호 협력해야 한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장기적이고 규모 있는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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