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사 3세대 면역항암제 개발 박차

 

최근 바이오신약 개발의 기술 트렌드는 2세대 표적항암제에 이은 3세대 면역항암제다. 최근 한 보고를 보면 면역체크포인트 항체와 백신, 세포치료제 등으로 구성된 면역항암제가 앞으로 10년간 암치료의 60% 이상을 차지하며, 연간 350억달러, 우리 돈으로 42조원 이상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상업화를 마치고 국내에 새로운 면역항암제를 하나둘씩 선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내 토종제약사들도 면역항암제 개발을 본격화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 2일 면역항암제 연구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합작투자회사인 ‘이뮨온시아 유한회사’를 국내에 처음 세우기로 해 시장을 흔들었다. 합작 파트너는 미국의 항체신약 개발 전문회사인 ‘소렌토’다.

양측은 이뮨온시아를 통해 혈액암과 고형암 치료를 위한 다수의 면역체크포인트 항체를 개발하고, 상업화할 계획이다. 소렌토는 면역체크포인트 항체 3개의 연구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한양행은 풍부한 임상개발 경험을 갖추고 있다. 유한양행측은 “3개의 면역체크포인트 항체 중 첫 번째는 내년 하반기에 임상시험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은 “이뮨온시아는 세계적으로 항암제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면역치료제의 연구개발에 선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다”고 말했다.

이뮨온시아의 설립은 향후 면역항암제 영역에서 토종제약사의 발걸음을 재촉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면역항암제 시장에서는 다국적 제약사들이 면역체크포인트 항체 치료제의 상업화를 마치고,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에도 BMS의 ‘여보이(이필리무맙 성분)’와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오노약품공업의 ‘옵디보(니볼루맙)’ 등이 지난해 흑색종치료제로 허가돼 들어왔다.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로슈 등도 앞 다퉈 면역체크포인트를 억제하는 면역항암제를 개발 중이다.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는 기존 항암제와 달리 면역항암제는 면역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한다. 여보이와 키트루다, 옵디보 등 다국적 제약사들이 출시한 면역항암제들은 면역체크포인트를 억제해 백혈구를 구성하는 T세포의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유형으로 개발됐다. 면역체크포인트는 PD-1, CTLA-4, LAG-3 등 면역세포 표면에서 암세포의 특정 단백질과 상호작용하는 수용체의 결합부분을 뜻해 ‘면역관문’으로도 불린다.

차세대 항암제로 각광받는 면역체크포인트 항체 치료제도 넘어야 할 산은 있다. 어떤 환자가 이 치료로 혜택을 보는지 바이오마커가 불분명하고, 치료 초반에 반응률이 떨어져 사망자가 많다는 점이다. 면역항암제와 표적항암제의 병용요법이 시도되고 있지만, 치료효과가 확실하게 정리되진 않았다. 종양내과 전문의인 한국화이자 이수현 이사는 최근 면역항암제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타깃이 명확한 질환에서는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별로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약을 끊는 기간에 대한 연구도 이슈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방영주 교수는 “표적항암제로 암세포 수를 줄인 뒤 키트루다와 같은 면역항암제를 쓰면 효과가 매우 좋을 것”이라며 “6개월에서 1년간 투여 후 약을 끊었다가 증상이 악화되면 다시 투여하는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토종제약사들은 이러한 면역체크포인트 항체보다 면역세포를 추출해 암세포 공격력을 높인 뒤 이를 환자에게 재주입하는 세포치료제 개발과 백신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JW크레아젠은 간암 면역세포 치료제의 국내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녹십자셀은 간암 면역세포 치료제인 이뮨셀-LC를 시판 중이다. 이뮨셀-LC는 국내에서 간암 1차 치료제로 쓸 수 있다.

이연제약과 바이로메드는 항암유전자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이다. 국내에서 임상1상을 마쳤고, 향후 국내 임상2상과 중국 임상1상을 신청할 계획이다. 올해 전임상을 추진 중인 녹십자셀의 CAR-T는 T세포 배양기술과 면역활성화 기술을 결합시킨 면역항암 세포치료제로 글로벌 빅파마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면역항암 세포치료제의 상업화 속도는 토종제약사가 글로벌 제약사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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