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청소년, 또래 거짓말 눈치도 잘 챈다

 

거짓말을 얼마나 능숙하게 할 수 있는가는 개인차가 있다. 상대방의 거짓말을 눈치 채는 능력 역시 능력차가 있다. 최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비행을 저지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 또래 아이들의 거짓말을 쉽게 눈치 채는 경향이 있다.

노련하게 거짓말을 잘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게 어색한 제스처를 취해 거짓말의 단서를 남기는 사람들도 있다. 이 같은 단서는 평소 거짓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더 잘 포착된다. 최근 ‘응용인지심리학(Applied Cognitive Psychology)’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성인뿐 아니라 청소년기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 현상이 적용된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 연구팀이 범죄행위를 저지른 이력이 있는 10대 아이들과 그렇지 않은 10대 아이들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 구타, 절도, 방화, 기물 파손 등의 범죄 이력이 있는 소년범 16명과 범죄기록이 없는 청소년 36명을 모집해 이번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참가 청소년들은 78~9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클립 12편을 시청했다. 각 영상에는 14~18세 사이 청소년들이 “옷 속에 디지털음악플레이어를 감추고 있느냐”는 질문에 답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참가자들의 과제는 각 영상에 등장하는 청소년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면 어떤 행동이 이 같은 유추의 단서가 됐는지 설명토록 했다.

동영상클립에 등장하는 학생의 절반은 실제로 옷 속에 뮤직플레이어를 감추고 있었고, 나머지 절반은 플레이어를 감추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영상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전원 플레이어를 숨기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즉 영상에 등장하는 학생의 절반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영상을 본 범죄 이력이 없는 실험참가청소년들은 영상 속 또래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눈치 채지 못했다. 50%의 정답률을 보였는데, 이는 답을 무작위로 찍었을 때와 같은 확률이다. 반면 소년범 아이들은 67%의 정답률을 보였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번 실험을 통해 볼 때 청소년들의 거짓말을 감지하는 능력 역시 성인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 범죄를 저지른 이력이 있는 아이들이 거짓말 낌새를 보다 잘 감지한다는 것이다. 이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추궁 당하는 상황에 처하는 일이 많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추궁을 당할 때마다 거짓말하는 기술이 늘고, 그 만큼 다른 사람의 거짓말을 파악하는 능력도 향상된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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