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채소’ 질색… 비만 아이 쏟아진다

어릴 때부터 먹는 습관을 잘 들여야 커서도 건강하다. 하지만 국내 소아청소년의 상당수는 과일과 채소를 멀리하고, 육류와 인스턴트식품에 길들여져 성인비만의 위험을 폭탄처럼 안고 있다. 이러면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은 늘고, 과일과 채소의 소비가 줄어 농업 기반마저 불안해진다. 세계 각국에서는 이를 고려해 과일과 채소의 섭취를 늘리기 위한 캠페인에 나선 성황이다.

식습관이 변화하면서 우리나라 국민 4명 중 3명은 과일과 채소를 권장섭취량 미만으로 먹고 있다. 국산 과일과 채소의 소비량 또한 지속적인 감소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계자료를 보면 배추와 무, 마늘, 고추, 양파 등 5대 채소의 1인당 연간소비량은 지난 1995년 131.3kg에서 2014년 123.5kg으로, 사과, 배, 감귤, 단감, 포도, 복숭아 등 6대 과일의 경우 같은 기간 46.4kg에서 43.7kg으로 줄었다.

특히 소아청소년은 편식 등으로 과일과 채소 섭취를 싫어해 비타민C 섭취량이 부족한 실정이다. 국민건강통계를 보면 6~11세의 42.1%, 12~18세의 61.3%가 비타민C 섭취기준을 못 채우고 있다. 이렇다보니 소아비만이 늘고, 상당수는 성인비만으로 진행돼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연구에 따르면 비만인 2~5세 영유아의 26~41% 정도는 성인비만으로 연결된다.

과일과 채소의 섭취부족으로 인한 비만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해외에서는 식생활교육을 위한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미국암협회는 지난 1990년대 초부터 하루에 5가지 이상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400~500g씩 먹어 암을 예방하자는 ‘Five a day’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영국에서도 정부 주도로 2002년부터 이와 같은 ‘Eat 5 Color a day’ 캠페인이 시작됐고, 호주 역시 2005년부터 ‘Go for 2 Fruit & 5 Veg’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학교에서 과일과 채소를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나라들도 있다. 이탈리아는 ‘학교 과일 계획’이란 프로그램을 통해 수업 후 휴식시간에 간식으로 과일과 채소를 무상 제공하고, 지역 특산물 교육을 병행하고 있다. 영국은 학교 과일채소 프로그램을 통해 학기 중 무상으로 과일과 채소를 계속 공급한다. 독일과 덴마크에서는 각각 학교과일주간, 과일 브레이크라는 프로그램(Kick-stark)을 둬 과일수확기 동안 학생들에게 과일과 채소를 공급하면서 농장체험과 학부모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와 이웃한 일본에서는 ‘매일 채소 한 접시 더 먹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성인의 하루 채소 섭취량으로 350g을 권장하고 있는데, 딱 접시 한 그릇 분량인 70g 부족한 277g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본 후생성은 부족한 채소 섭취량을 늘리려고 지난 2013년부터 매년 9월에 이러한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후생성은 하루에 채소 350g, 과일 200g 섭취를 권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과일과 채소 섭취량은 400g, 한국영양학회 권장량은 채소 210~490g, 과일 300~600g이다.

우리나라도 지난 25일 농림축산식품부와 민간기업, 생산자단체가 함께 어린이 식생활교육과 과일, 채소 먹기 캠페인에 나서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민간기업은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재원을 출연해 어린이 미각교육을 지원하고, 생산자단체는 교육에 필요한 제철 과일과 채소를 지원하게 된다. 농식품부는 올해 과일과 채소 먹기 시범 어린이집 140개를 전국에서 선정해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한편, 대국민 홍보와 캠페인에 나설 계획이다.

농식품부 허태웅 유통소비정책관은 “식감이나 맛에 대한 기호가 결정되는 어린 시기부터 과일과 채소 등 다양한 음식의 맛을 경험해 보고, 놀이와 체험 등의 식생활교육 등을 통해 올바른 식습관을 형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결국 국가적으로는 의료비용 등 사회적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장래 우리 농식품 소비기반 확충 등 농업과 농촌의 미래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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