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대 비뇨기 환자 급증… 전문의는 몰락

오랫동안 뇌경색을 앓아온 이모(여‧81세) 씨는 작년 10월 대학병원 중환자실을 떠나 포항의 한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반신불수인 이 씨는 요로감염 등의 배뇨장애도 함께 앓고 있다. 이 씨 옆 병상의 최모 씨(여‧73세)도 배뇨장애를 앓고 있다. 이씨의 보호자는 “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다 보면 꽤 많은 어르신들이 배뇨장애를 함께 앓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했다. 그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은 운동 부족으로 근육 사용량이 적다 보니 자연스럽게 배뇨장애 증상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요양병원 환자 2명 중 1명 이상은 비뇨기과질병을 앓고 있다. 배뇨장애 유병률은 50.3%, 요실금 유병률은 50.1%로 두 질환 중 하나를 앓을 확률이 64%나 된다. 하지만 2008년 요양병원의 일당정액제 도입으로 요양병원 내 배뇨약제 사용이 크게 줄어 든 데다 카테터(소화관, 방광 등의 내용액 배출을 측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관) 사용도 감소해 노인요양환자에 대한 배뇨관리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비뇨기과 전문의가 필요한 요양병원이지만 2015년 건강보험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요양병원에 근무하는 비뇨기과 전문의 수는 38명에 불과하다. 이는 전체 비뇨기과 전문의 2441명의 1.5%로 요양병원 전문의 가산이 되는 8개과(내과, 신경과, 정신건강의학과, 외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가정의학과)의 평균 비율 10.7%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대한비뇨기과학회 부회장 이영구 교수(한림대강남성심병원 비뇨기과)는 “요양환자의 대부분이 비뇨기계 문제가 있지만 비뇨기과 전문의들의 요양병원 진출은 어렵다”며 “요양병원 입장에선 전문의 가산도 없는데다 배뇨, 요로감염, 카테터 관리를 많이 할수록 수익이 적어 비뇨기질환의 위험성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낮은 수가(건강보험)로 정부의 지원 없이 요양병원이 독자적으로 비뇨기과 전문의를 고용하기에는 현실적 어려움이 따른다”고 지적했다.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비뇨기 질환은 갈수록 늘고 있다. 하지만 비뇨기과는 수가가 낮은데다 전문성 인정 범위가 좁아 타과로 환자를 빼앗겨 기피과로 인식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과에서 배뇨장애(40%) 및 발기부전 약제(80%)를 고혈압, 당뇨약 등 다른 만성 질환 약과 함께 처방하는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현실적인 벽에 부딪혀 비뇨기과 신규 전공의 비율이 갈수록 하락세에 있다는 것이다.

2011년 이후 비뇨기과 신규 전공의 지원율은 50% 이하로 급격히 추락했으며 2016년에는 29.3%가 지원해 최저치를 기록했다. 대한비뇨기과학회 이상돈 수련이사는 “올해 신규 전공의 지원의 몰락은 소위 빅5 병원에도 예외 없이 나타났다”며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비뇨기과 전문의가 꼭 필요한 환자를 비전문의사가 진료해 의료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상돈 이사는 최근 열린 국회 토론회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비뇨기과 전공의 몰락을 방관만 할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 나서서 지원 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송영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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