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모르는 화장품… 당신의 선택 기준은?

 

지난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2.6%였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전망치를 3%로 제시했다. 이마저도 세계경제가 지난해 3.1%에서 올해 3.6%로 소폭 성장한다는 전제 아래서다. 나라경제는 이렇게 불황의 늪에서 낑낑대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곳간을 차곡차곡 채우는 산업은 있다.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 2104년 우리나라 화장품 시장규모는 8조원을 넘어섰다. 전년대비 7.3%나 증가했다. 2010년부터 최근 5년간 증가율을 봐도 7%에 육박한다. 부침 없이 꾸준한 증가세다. 세계 시장에서는 10위, 점유율은 약 3% 수준이다. 수출 성장세는 지속적이고, 2012년 흑자로 돌아선 뒤 무역수지는 7배 이상 뛰었다. 나라경제의 효자 종목이다.

정부가 밀어주는 보건의료산업에서 화장품은 이제 당당히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미국 다음으로 화장품 시장이 큰 중국에서도 한국 화장품은 속된 말로 잘 먹힌다. 여기에는 아시아권에 몰아친 한류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 화장품 산업은 과학적인 동시에 매우 트렌디(trendy)한 독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장품 산업이 커진 만큼 소비자들의 화장품 사용량도 크게 늘었다.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여성은 한 달 평균 27개, 남성은 13개의 화장품을 사용했다. 외모에 가장 민감한 20대 여성은 30개, 20대 남성은 15개를 썼다. 물론 여기에는 기초제품과 메이크업, 바디제품, 헤어제품 등이 모두 망라됐지만, 로션과 에센스 등 기초화장품이 7개로 가장 많다. 40~50대도 20대보다 적지만, 개수는 비슷하다.

이렇게 화장품의 산업화가 빨라지고, 화장품 씀씀이도 커졌지만, 현명한 소비를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일단 시장 상황부터 들여다보자. 대기업이 투자한 브랜드숍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품질 좋은 중소업체의 상품은 껴들 틈이 없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소셜커머스, 온라인몰, TV홈쇼핑 등 다른 유통채널도 비슷하다. 유통업체의 판매수수료와 광고비, 판촉비가 소비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제품 투자에 얼마나 공을 들이는지 궁금할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소비자들은 익숙한 브랜드나 유명 브랜드를 선호한다. 수입화장품이 나라밖에서보다 2배 이상 비싸게 팔려도 개의치 않는다. 그냥 싼 게 비지떡이라 여긴다. 브랜드에 얽매이지 않으면 가격에, 트렌드에 민감하면 광고에 휘둘린다. 현명하게 소비할 겨를이 없을뿐더러 유효성을 따지기에는 일상이 너무 바쁘다. 화장품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 비밀을 밝히는 책들이 왜 그리 많은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화장품 산업이 커질수록 소비자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어 다행이다. 이제는 화장품의 안전성과 자신의 피부 타입, 유효성분, 성분함량, 성분표시, 피부 투과율 정도를 꼼꼼히 따져보는 사람들도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다. 브랜드보다 유효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왜 화장품도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지, 어떤 화장품을 골라야 하는지 알게 된다.

국내 코스메슈티칼 브랜드 개발에 참여한 한 피부과 전문의는 브랜드보다 유효성을 소비자가 꼼꼼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화장품 정보는 화장품을 더 많이 아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선택적, 의도적으로 주는 정보다. 이게 다라고 생각하면 ‘헛똑똑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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