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으면 짜증-분노… 다이어트 망치는 ‘행그리’

 

다이어트를 할 땐 무조건 적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긴다. 아침을 굶거나 점심을 덜 먹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처럼 먹는 양이 줄어들면 오히려 늦은 저녁 한꺼번에 식사를 몰아하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어제는 못 지켰지만 오늘은 지키겠지”하는 헛된 바람으로 매번 굶었다 폭식하는 실수를 반복한다. 이 같은 과실을 범하는 이유는 바로 ‘행그리’ 현상 때문이다.

허기진 상태가 오랫동안 지속되면 에너지가 떨어지고 피곤함이 몰려오며 짜증이 난다. 또 결국 배가 고파 화가 나는 ‘행그리(hangry)’ 상태에 이른다. 허기(hungry)와 화(angry)를 합친 이 단어는 말 그대로 화가 날 정도로 배고픈 상태를 의미한다.

행그리는 사전에 정식 등록될 정도로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단어가 됐으며 생리학적으로도 실질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 음식을 장시간 먹지 않으면 체내 혈당 수치가 낮아지는데, 이때 뇌는 공격태세를 취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위가 비면 분노가 차오르게 된다는 것이다.

‘공격행동(Aggressive Behavior)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공격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막으려면 자제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자제력은 뇌에서 포도당이 충분히 분비될 때 정상적으로 기능한다. 식사량이 적어 포도당 수치가 떨어지면 공격성과 폭력성이 밖으로 표출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식사를 오랫동안 거른 상태에서 식욕을 억지로 참을 때도 자제력이 필요하다. 이때 상당한 에너지가 소모된다. 음식을 포도당으로 전환시켜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야 하는데, 음식이 공급되지 않아 자제력을 잃고 폭식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활력이 넘치는 오전 시간에는 온종일 굶어도 버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저녁이 되면 결국 자제심을 잃게 되는 이유다. 영양사인 로렌 슬레이턴은 미국 언론매체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우리 몸은 혈당이 부족해지면 보상효과로 특정한 호르몬을 방출시킨다”며 “코르티솔, 아드레날린과 같은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들은 공격성을 증가시키고 결국 행그리 상태에 이르도록 만든다”고 말했다.

혈당 저하로 인한 부작용은 분노만 일으키는 게 아니다. 피로가 쌓이고 집중력이 떨어져 공부나 업무 수행에 방해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행그리를 막는 방법은 뭘까. 가장 좋은 방법은 ‘4시간 규칙’을 지키는 것이다. 음식을 4시간마다 보충하는 방법이다. 식사시간 사이가 길다면 건강한 간식을 보충해 짜증을 유발하는 허기가 일어나지 않도록 사전 예방하는 방법이다. 이 같은 방법으로 체내 에너지 수치를 일정하게 유지하면 허겁지겁 과식하는 상황에 도달하지 않는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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