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뚱한 사람 멸시가 되레 비만 증가 부채질

비만인구가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같은 증가 원인 중 하나가 뚱뚱한 사람에 대한 차별대우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일부 건강전문가들은 과체중과 비만 체형을 가진 사람들에 대한 차별이 비만인구를 증가시킨다고 지적한다.

미국 버몬트대학교 연구팀이 ‘국제비만연구협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the Study of Obesity)’에 발표한 논문을 비롯한 선행 연구들을 보면 과체중인 사람들의 대다수가 체중 때문에 차별 받은 경험은 별로 없다고 답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웨스턴뉴잉글랜드대학교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결과는 이와 상반된다. 기존 연구들은 체중 때문에 치욕을 당한 경험을 떠올려보라는 ‘연상 기법’을 활용했다는 점에서 부정확하다는 주장이다. 사람은 불쾌했던 경험을 의도적으로 삭제하는 재능이 있기 때문에 상당수의 치욕적인 경험을 망각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건강심리학저널(Journal of Health Psychology)’에 과체중과 비만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를 발표했다. 이 실험에는 평균 체질량지수(BMI)가 42.5인 여성 50명이 참여했다. 이들의 평균연령은 38살이고, 이들은 일주일간 연구팀의 요구대로 잠들기 전 일기를 기록했다.

일기에 쓴 내용은 하루 동안 일어난 체중과 관련된 치욕적인 사례들이다. 가령 다른 사람으로부터 기분 나쁜 말을 들었을 때처럼 대인관계와 연관된 차별, 옷 치수가 작다거나 좌석크기가 작은 상황처럼 신체적인 굴욕을 당했을 때 등이다.

그 결과, 실험참가자들이 치욕적인 순간을 경험한 횟수는 총 1077건이었다. 1인당 하루 평균 3회 꼴로 몸무게 때문에 치욕스러운 일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가장 흔한 치욕은 신체적인 굴욕, 그 다음은 기분 나쁜 말이었다. 또 일부는 다른 사람의 시선처럼 느꼈을 때 차별 당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을 기록했다.

분석자료에 따르면 체질량지수 수치가 높은 사람일수록 보다 다양한 유형의 부정적인 경험을 했다. 또 스스로를 사교적이라고 자체평가한 사람일수록 치욕 경험이 많았다.

치욕적인 일을 많이 경험한 여성일수록 식습관 역시 나빴다. 연구팀은 체중으로 인한 치욕이 나쁜 식습관을 유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교육수준이 높고 나이가 많을수록 차별을 당했다고 느끼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이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사람일수록 치욕적인 상황에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다듬는 능력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연구는 미국 국적의 여성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문화, 인종, 성별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한계가 있다. 차별과 체중 사이에 연관성은 보이지만, 인과관계가 역시 분분명하다. 단 살찐 사람을 차별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는다면 체중관리에 신경 쓸 사람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보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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