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오면 왜 무작정 기분이 좋아질까

 

눈이 내리면 교통체증과 빙판길이 우려되지만 포슬포슬 내리는 눈이 반가운 게 사실이다. 사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는데도 왜 눈은 이처럼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마력이 있는 걸까.

미국의 임상심리학자 존 메이어 박사는 미국 언론매체 허핑턴포스트를 통해 “눈보라는 두려움과 아름다움이 함께 어우러지는 미묘한 조합”이라며 “눈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경이로운 자연현상이라는 점에서도 심리적으로 특별한 자극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눈이 내리는 풍경은 유년시절 눈길을 마음껏 뛰놀던 평화롭고 자유로웠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학창시절 눈이 내리면 등교할 필요가 없다는 상상에 빠지기도 하고 친구들과 즐겁게 눈싸움할 계획을 잡기도 한다. 임상심리학자 에리카 마르티네즈 박사에 따르면 어렸을 때의 이 같은 생각이 마음 속 깊이 스며들어있기 때문에 성인이 된 이후에도 눈길을 걱정하면서도 동시에 행복한 감정이 떠오른다고 설명했다.

눈이 내리면 매일 똑같이 반복되던 일상법칙이 깨지는 것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다. 날마다 먹던 똑같은 음식대신 갑자기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이 마시고 싶기도 하고, 정종이나 뱅쇼 한 잔을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일상에서 벗어나 가벼운 일탈을 하겠다는 계획이 기분을 북돋운다. 눈이 ‘흥분’, ‘기대’라는 감정을 촉발한다는 것이다.

눈이 많이 내리면 골절상을 입거나 교통사고가 나는 등 부상의 우려가 높다. 그럼에도 즐거울 수 있는 건 ‘즉각적인 만족감’ 덕분이라는 설명이다. 메이어 박사에 따르면 사람은 순간의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이 순간이 즐겁다는 생각에 빠지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은 다음으로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좋아진 기분은 눈이 녹으면서 바닥이 질퍽해지는 순간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한다. 길이 지저분하고 미끄럽고 걷기 힘들어지면 심리적인 일탕 상태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되돌아간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이 시기 침체된 기분이 우울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평소 날씨에 따른 기분 변화가 심한 편이라면 눈이 내릴 때 지나치게 들뜬다거나 반대로 눈이 녹을 때 침체되지 않도록 기분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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