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식’ 선호 과식 유발… 되레 비만 가능성

 

건강한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방심하면 체중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건강’과 관련된 라벨이 붙은 음식을 소비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과식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경영대학원 제이콥 수에르 연구원은 “건강함을 표방하는 라벨이 오히려 비만을 유도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실험결과를 학술지 ‘소비자조사협회저널(Journal of the Association for Consumer Research)’에 최근호에 발표했다.

유기농, 무설탕, 저지방, 저탄수화물, 제로칼로리처럼 보기만 해도 건강해질 것 같은 라벨이 붙은 식품들은 소비자들이 좀 더 안심하고 많이 구입하는 경향을 보여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이 먹어도 살이 덜 찔 것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대학생 50명을 대상으로 건강한 음식과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 담긴 사진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어떤 음식이 포만감을 준다고 생각하는지 선택하도록 했다. 그 결과, 대부분의 실험참가자들이 건강에 해로운 음식이 담긴 사진을 포만감이 큰 음식으로 택했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대학원생 40명을 대상으로 ‘건강한’ 혹은 ‘건강하지 못한’이라는 라벨이 붙은 쿠키들을 제공하고, 이를 먹고 난 뒤 느껴지는 허기를 수치로 평가했다. 사실상 두 종류의 쿠키는 라벨만 다를 뿐 성분과 칼로리는 동일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한’ 라벨이 붙은 쿠키를 먹은 실험참가자들이 ‘건강하지 못한’ 라벨이 붙은 쿠키를 먹은 사람들보다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경향을 보였다. 건강한 음식을 먹을 땐 배가 차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이다.

마지막 실험에서는 대학생 70명을 대상으로 ‘건강한’, ‘건강하지 못한’, ‘영양분이 풍부한’이라는 라벨이 붙은 팝콘 박스들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원하는 만큼 최소 한 박스에서 열 박스까지 먹을 수 있도록 제공했다. 이번 실험 역시 팝콘의 성분과 열량은 전부 같았다.

실험 결과, ‘건강한’ 팝콘을 선택한 그룹이 ‘건강하지 못한’ 팝콘을 선택한 그룹보다 더 많은 양의 팝콘을 먹었다. 또 ‘영양분이 풍부한’이라는 라벨이 붙은 팝콘을 선택한 그룹이 ‘건강한’ 그룹보단 적게 먹고, ‘건강하지 못한’ 그룹보단 많이 먹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건강하지 못한’이라는 단어가 포만감을 주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는 크게 두 가지 이유가 있을 것으로 보았다. 하나는 건강한 음식하면 과일, 채소, 샐러드처럼 칼로리가 낮은 음식이 연상되고, 건강하지 못한 음식하면 피자, 튀김처럼 칼로리가 높은 음식이 떠오른다는 점이다. 또 다른 이유는 건강에 나쁜 음식은 저렴한 만큼 양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영양분이 풍부한’이라는 라벨은 ‘건강한’과 유사한 의미를 담고 있지만 영양소는 물론 열량까지 풍부하다는 느낌을 줘 ‘건강한’ 음식보다는 포만감이 높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무설탕, 무지방 등의 라벨이 붙은 음식도 건강에 유익하지 않은 성분들이 들어있을 수 있으며 칼로리 역시 높을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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