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많이 먹은 임신부… 당뇨 위험 증가?

임신 중에 감자를 많이 먹으면 ‘임신성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국립아동보건.인간개발연구소 연구팀이 10년 동안 당뇨병이 없는 임신부 1만5천여명을 대상으로 식습관을 관찰한 결과, 매주 감자를 평균 2~4개를 먹는 임신부는 임신성당뇨병에 걸릴 위험이 27% 증가했고, 평균 5개 이상 먹으면 발병 위험률이 50% 이상 늘어났다.

연구팀은 임신부의 식단에서 곡물과 야채, 콩류와 감자의 섭취 비율을 바꿔 먹도록 했다. 그 결과, 임신성당뇨병 발병 위험률이 9~12%나 줄었다. 연구 총 책임자인 장추이린 박사는 “감자는 탄수화물로 응집돼있는데, 탄수화물은 혈당지수를 급격히 높이고 인슐린 저항성을 증가시킨다”며 “임신성당뇨병은 태아의 기형 빈도와 관련은 없으나, 저혈당과 호흡곤란 등 신생아의 합병증 발생률을 높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연구결과를 국내에 적용하기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구가 이뤄진 미국은 세계적으로 감자 생산량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으로, 1인당 1년 감자 소비량이 60kg에 육박한다. 그만큼 감자를 이용한 고칼로리 음식을 많이 섭취한다. 농촌진흥청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포테이토칩·해시브라운 등 기름을 이용해 감자를 섭취하는 비율은 전체 소비량 중 35%를 넘어섰다.

국내 영양 전문가들은 국내 실정과 전혀 맞지 않는 연구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세브란스병원 김형미 영양팀장은 “임신성당뇨병의 원인은 ‘감자’가 아닌 ‘조리법’일 것”이라며, 감자를 소비하는 양과 조리 과정이 미국과 우리나라가 다르다는 점을 짚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 1인당 감자 소비량은 약 13kg”라며 “미국에서는 감자를 튀기거나 볶지만 국내에서는 감자를 찌거나 삶아 먹기 때문에 감자로 인한 당뇨병 걱정은 기우”라고 말했다.

의료진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A대학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신 기간 동안 체중증가와 생활습관변화 등 당뇨병을 일으킬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감자 섭취가 임신성당뇨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희박하므로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영국 의학저널 ‘BMJ(British Medical Journal)’에 최근 실렸다.

    한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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