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박테리아 주범은 변기 아닌 수돗물

 

혹시 ‘볼 일’을 보고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대소변 미생물이 공기 중으로 튀어나오는 것은 아닐까 궁금해 한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실내공기 중 미생물이 어디로부터 나오는지 검사한 이번 연구결과를 눈여겨보자. 변기보다 수돗물에서 박테리아가 더 많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 마지아 밀레또 교수, 스티븐 린도우 교수팀은 캘리포니아 지역의 가정 집 29곳을 점검하고 박테리아 서식 및 분포 정도를 측정한 결과를 국제 학술지 ‘미생물(Microbiome)’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주방 싱크대 표면, 냉장고, 샤워기(머리 부분), 욕실 타일, 카펫, 화장실 변기, 반려동물 등 집안 곳곳에서 부유 미생물(airborne microbes) 샘플을 채취했다 [측정수치 그래픽참조].

실내공기 박테리아의 주요 출처는?

실내공기 중 박테리아 등의 부유 미생물이 가장 많이 나온 곳은 바닥과 카펫으로 전체의 20여%에 달했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고, 청소기 등으로 청소를 하면서 공기 속으로 박테리아를 많이 분출하기 때문이다.

다음은 집 밖으로 전체의 약 17%가 외부로부터 유입됐다. 이는 연구가 진행된 캘리포니아의 따뜻한 기후 특색으로 사람들이 창문을 대부분 열어놓고 지내는 점을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특히 공기 중 미생물들은 사람들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어두고 움직일 때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외부 유입 박테리아를 무조건 나쁜 것으로 치부할 게 아니라는 것. 미국 아르곤국립연구소 잭 길버트 박사는 “이러한 박테리아는 인간에 별다른 해를 끼치는 않는 유익한 것으로, 오히려 이런 박테리아에 노출되는 것이 건강에 더 좋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실내 환기가 중요한 것도 새로운 박테리아가 들어와 집안에 쌓인 오래된 공기를 교체해 주기 때문이다.

수돗물은 박테리아 분무기? 변기보다 많다

연구팀은 또한 변기의 물을 내릴 때 대소변 박테리아가 공기 중으로 흩어질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검사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물을 내리면서 변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 공기 중에 남아 있는 박테리아는 0.4%에 불과했다. 반면 수돗물을 틀 때 공기 중으로 흩어지는 박테리아는 9%에 달해 변기보다 수돗물에서 박테리아가 나올 가능성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실내 공기 가운데 박테리아의 출처, 즉 세 번째 근원지가 수돗물로 나타난 것은 매우 흥미로운 결과”라면서 “사람들이 수돗물을 자주 이용하는데 비례해 수돗물을 틀 때 공기 중으로 배출된 박테리아가 실내공기에 그만큼 많이 남게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버지니아 공과대학 에이미 프루든 교수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박테리아가 수돗물에 서식한다는 점을 내세우며 “그동안 수돗물이 박테리아의 근원지라는 점을 간과해왔으며,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시고 샤워하는 수돗물이 실상은 ‘박테리아 분무기’인 셈”이라고 말했다.

푸르든 교수는 수돗물을 끌어올리는 하수관이 박테리아 서식에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기 위해 조사 중에 있다. 그는 “온수의 온도, 하수관의 상태, 수돗물 이용 빈도에 맞춰 레지오넬라와 같은 나쁜 병원균을 추출하고, 좋은 박테리아가 맞춤 서식하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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