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약값에 우는 다나의원 간염 피해자들

 

주사기 재사용으로 C형간염에 집단 감염된 다나의원 피해자들이 본격적인 피해구제 활동에 나서면서 C형간염 신약인 하보니의 건강보험 급여화로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피해자 96명의 절반가량이 흔치 않은 유전자 1a형 환자여서 이 유형에 치료효과가 좋은 하보니 사용이 요구되지만, 시판 허가를 받고 출시된 지 며칠 안 돼 아직 비급여로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출시된 C형간염 치료제로는 한국BMS제약의 다클린자와 순베프라, 길리어드의 소발디와 소발디 복합제인 하보니가 대표적이다. 국내 만성C형간염 환자의 절반 이상은 유전자 1b형이어서 유전자 1a형은 보기 드문데, 단일정복합제로 유전자 1a형에서 치료효과가 가장 뛰어난 약으로는 하보니가 꼽히고 있다. 하보니는 유전자 1형 C형간염 치료제로 승인됐다.

길리어드에 따르면 하보니는 유전자 1형 C형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12주 치료 임상에서 평균 99%의 치료반응률을 보였고, 8주 요법에서도 조기치료 환자들을 대상으로 임상적 유용성을 확인했다. BMS의 다클린자, 순베프라 병용요법도 유전자 1a형 치료가 가능하지만, 치료기간이 24주로 하보니보다 2배나 길고, 치료효과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내과 전문의들의 견해다.

문제는 하보니의 약값이다. 12주 치료를 기준으로 약값이 무려 4600만원에 이른다. 지난해 10월 보건당국의 시판 허가를 받은 하보니는 이 달 4일부터 판매에 들어가 보험당국과의 약가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올해 시판되기 이전부터 12주 4600만원의 약값을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되는 부자 환자들은 한국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하보니를 구입해 치료를 받아 왔다”고 전했다.

길리어드는 지난해 10월 시판 허가 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 하보니에 대한 급여신청을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에 대한 심의를 거치면 건강보험공단과 길리어드 간 약가협상이 진행되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심의와 보건복지부 고시를 거쳐 건강보험이 적용돼야 본인부담이 약값의 30%로 줄어들게 된다.

보통 건강보험 급여신청 후 6~8개월 정도 지나야 급여화가 마무리된다고 봤을 때 이번 다나의원 피해자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받아 하보니를 쓰려면 5월 이후나 돼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워낙 약값이 비싸 보험당국과 협상이 잘 안 되면 이보다 훨씬 더 늦어질 수도 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그동안 고가약 논란의 대상이었던 항암제나 희귀질환치료제 신약보다 (하보니가) 훨씬 비싸기 때문에 약가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다나의원 피해자 중 유전자 1a형 환자가 많고, 신속한 피해구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보건당국도 주목하고 있어 급여화가 속도를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소발디와 하보니에 비해 약값이 싸지만, 다클린자, 순베프라 병용요법이 출시된 지 4개월 만에 24주 치료를 기준으로 863만원의 상한가로 급여를 받았다는 점도 참고할 만하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간수치가 높거나 간경화 등으로 악화돼 의학적으로 신속한 하보니 치료가 필요한 환자는 치료를 지체하면 안 된다”며 “신속한 피해구제와 하보니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다나의원 피해자들은 11일 다국적 제약사인 ‘길리어드 사이언스 코리아’를 방문해 만성C형간염약인 하보니의 약값 인하 등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하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하보니를 둘러싼 고액 약값 논쟁이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화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는 뜻에서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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