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각은 자연스런 일… 까먹어야 더 잘 배운다

30초 전 배운 내용이 어느새 깜깜, 이른바 ‘붕어 기억력’을 가졌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겠다. 금방 까먹어야 이 후 더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잊어야 더 배운다’는 것이다.

영국 스코틀랜드 글라스고우 대학교 에드윈 로버트슨 교수팀은 남녀 혼성 그룹을 대상으로 실험한 기억력 연구에서 뭔가를 배우자마자 잊는 일은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일임을 강조하며, 오히려 ‘까먹음’을 통해 다른 정보를 융합해 배우는 학습과정을 더 잘 수행해 낼 수 있다는 결과를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 저널 최신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남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단어 목록을 주고 익히도록 했다. 손가락 두드림에 의해 단어는 연속적으로 빠르게 제시됐고, 현금 인출기에 비밀번호(PIN)를 누를 때와 비슷한 방식으로 단어를 써넣도록 했다.

손가락 두드림과 동시에 단어가 나타나는 이 비슷한 리듬이 계속됐을 때, 참가자들이 단어를 써넣는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그러나 단어들을 많이 기억해내지는 못했다. 이는 곧 참가자들이 뇌에 저장된 단어들을 끄집어내기도 전에 태핑(손가락 두드림에 의해 나타나는) 순서를 기억해 입력하려 애쓰기 때문에, 이미 뇌는 초기의 기억을 도둑맞아버린 상태가 된 것이다.

연구진에 따르면 빠르게 제시되는 단어를 순서에 맞게 입력하는 데 더 집중했기 때문에, 앞서 본 단어들의 기억이 빠르게 잊혀져버렸다 할 수 있다. 그러나 몇 시간이 지나, 연구진이 다시 기억력을 테스트 했을 때, 참가자들은 초기 단어들에 대한 기억을 더 많이 해냈으며 전반적인 단어 정보도 까먹지 않고 있었다.

로버트슨 교수는 “이 연구는 불안정한 기억이 학습전달 메커니즘의 중요한 구성요소가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정보를 까먹기 일쑤고 그마저도 긴가민가 불안정한 기억력은 융통성 없이 한 곳에만 국한된 정보를 기억하는 오류를 막아주고, 나아가 배운 기억을 융통성 있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설명했다.

글라스고우 대학교의 이번 연구 대변인은 “금방 잊고 기억날 듯 말 듯 한 기억력 상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이는 더 방대한 정보를 얻는데 필요한 과정”이라고 말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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