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위라곤 없는 누드, 태초의 순수미로 되살려

이재길의 누드여행(13)

회화주의 사진 / 누드, 환상의 시작

사진이 발명되기 전, 화가들이 그린 누드는 추상적이고 이상화(理想化)된 표현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사진이 발명된 후에는, 사람의 벗은 몸을 매우 사실적으로 재현해내는 특성으로 인해 ‘누드사진’은 당시 미술사학자들에게 논평거리로 다뤄지기도 했다. ‘사진’의 등장은 누드에 대한 아름다움을 갈망하며 환상을 꿈꾸던 당시의 사람들에게는 받아들일 수 없는 충격적인 현실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사진에 찍힌 평범한 누드에서는 기존 회화작품에서 보여 졌던 ‘누드’의 품위와 세련됨을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누드가 ‘예술로서의 사진’의 주체임이 증명되기 시작한 것은, 당시 영국에서 활동하였던 화가이자 사진가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랜더의 『인생의 갈림길(The Two Ways of Life)』(1857) 누드사진이 등장하면서부터였다. 다게르 타입이 발명된 이후 여러 장의 음화가 조합이 된 최초의 누드사진으로,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이 수집한 최초의 사진 작품으로 유명하다. 이는 심미적인 예술사진들이 급속히 발전하게 되는 계기가 되면서, 화가출신 사진가들인 로베르 드마시, 에드가 드가, 으젠 드류, 브리그만 등이 대거 등장하였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미국 사진가 ‘프랭크 유진(Frank Eugene)’의 회화주의 사진(Pictorial Photography)에 투영된 ‘누드’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다. 프랭크 유진은 유명한 사진가이면서 ‘아르 누보(Art Nouveau)’ 양식을 주도한 화가이자 동판 화가였다. 이러한 영향으로 그의 누드사진들은 다른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표현들이 묘사되었다. 사진의 그림자 부분에 연필 같은 것으로 가필해서 동판화와 같은 효과들을 작품에 고스란히 나타냄으로써 현실성과 먼 이질적인 세계를 만들어내었던 것이다.

그의 누드 [사진1]는 마치 성서의 아담과 이브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그의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아담과 이브의 이야기가 투영되었다기보다는, 당시 서양 회화의 전통적인 주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드사진에 왜 아담과 이브의 모습이 투영되어야 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바로 태초의 아름다움을 향한 본능적인 인식 때문이었으리라. 아담과 이브가 서로의 나체를 바라보며 느꼈던 순수한 아름다움에 대한 시선을 매우 사실적으로 담아내었던 것이다. 그의 누드사진이 회화주의적인 특징이 두드러지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품이었다.

꿈 속의 장면이나 신화 속의 한 장면과 같은 사진이야기(Photo Telling)에서 그 당시 사람들이 추구하였던 삶의 형태가 무엇이었는지 엿볼 수 있다. 현실 속에서 이상을 꿈꾸며 새로운 내면의 세계를 투영하려는 대상들을 그림처럼 담아 사진으로 담아낸 것이다.

프랭크 유진의 누드사진들을 보면서 늘 궁금한 의문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사진 속 여인의 존재에 대한 의문이었다. 사진 속 여인은 성적 요소를 지닌 대상뿐만 아니라 인간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는 ‘유희적’ 존재로 재현되었기 때문이다. 다양한 회화적인 구성과 표현기법으로 재현된 그의 누드사진 속에서 절대적인 가치의 실체를 여인의 누드를 통해 보여준 것이다.

특히, 삶의 현실 속에서 수많은 관계를 맺어가는 인간의 근본적인 모습을 ‘누드’에 투영한 독특한 접근방식이 두드러진다. 고요한 연못, 울창한 숲, 자연과 하나가 된 듯 벗은 몸을 드러낸 채 앉아있는 여인의 원시적인 아름다움을 나타내어 현실성과의 거리감이 멀게 느껴지지만, 사진 속 표현의 주체적인 미적 가치를 ‘누드’를 통해 보여준다.[사진2]

그러나 여인을 통해 에로틱한 아름다움만을 드러낸 것은 아니었다. 풍만한 가슴과 편안해 보이는 표정은 어머니의 품이 떠오르게 하듯, 여성이 갖는 따뜻한 온기를 느끼게 한다. 자연을 빗대어 여성성을 들춰내는 그만의 사진적 화법이 재미와 감동 그 자체이다. 프랭크 유진에게 ‘누드’란 삶을 들여다보는 거울과 같은 도구적인 의미라는 점에서 매우 독보적이다.

프랭크 유진의 누드사진으로 인해 더욱 찬란하게 빛난 회화주의 사진은 사진예술 역사의 기틀을 마련한 시발점이 되었다. 앞으로 칼럼을 통해 소개할 사진가 ‘로베르 드마시’와 ‘오스카 구스타브 레일렌더’의 회화주의 누드사진들을 다각적으로 살펴봄으로써, 20세기 사진예술의 시작과 ‘누드’의 새로운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조명하고자 한다.

※ 사진 출처

『사진 1』 https://en.wikipedia.org/wiki/Frank_Eugene

『사진 2』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Frank_Eugene_Smith_-_Nu_au_bord_de_l%27eau.jpg#filehistory

※ 이재길의 누드여행 이전 시리즈 보기

(12) 신비, 전율… 움직이는 누드 속 ‘또 다른 실체’

(11) 작은 구멍 통해 보는 ‘입체 누드’…상상력 폭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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