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쉬는 게 아닌 직장인, 편히 쉬는 법

 

사적인 시간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쉬는 시간에도 업무와 관련된 생각이 불현듯 떠올라 휴식시간을 방해받을 때가 있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린다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이라면 이 같은 생각이 휴식을 좀먹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휴식시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다. 최근 미국의 한 연구팀에 따르면 휴식을 방해하는 주범은 ‘완성치 못한 일’이다.

미국 볼주립대학교 심리과학과 브랜든 스미트 교수팀이 103명의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마무리해야할 일을 아직 완수하지 못했을 때 휴식시간을 가장 크게 방해받는다. 또 특정한 성향을 가진 사람일수록 심하게 방해받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은 설문에 참여한 실험참가자들에게 하루 일과가 끝난 시점 아직 마무리하지 못한 일 중 그들의 신경을 가장 거스르는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그리고 잠자리에 들기 전 미완성된 목표가 저녁 시간 내내 그들의 머릿속을 얼마나 차지하고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도록 했다.

그 결과, 미완성시킨 목표는 휴식시간 실험참가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효과는 ‘직무관여’ 수치가 높은 사람에게서 주로 나타났다. 직무관여란 기본적으로 직장에서 요구하는 일을 넘어 자발적으로 업무를 보다 열심히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직무관여 수치가 높은 사람은 업무 시간 외적으로도 일을 하고, 이직률이 낮은 경향이 있다.

자발적으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일수록 일에 대한 생각을 많이 떠올린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은 아니다. 아직 완수하지 못한 일이 마음속에 지속적으로 떠오르는 현상 역시 해야 할 일을 잊지 않고 수행할 수 있도록 우리 몸이 만든 시스템인 만큼 유별난 현상이 아니다.

문제는 이런 성향이 강하면 피로가 누적돼 휴식이 절실히 필요한 순간, 몸이 아픈 순간, 가족과 오붓하고 단란한 시간을 갖기로 한 날조차 업무와 관련된 생각이 떠올라 몸이 망가지거나 대인관계를 망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처럼 갑작스럽게 떠오르는 업무와 관련된 생각들을 조절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 따르면 완수치 못한 일을 향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기록해두면 마음이 정리된다.

가령 “내일 아침은 평소보다 30분 일찍 출근해 컴퓨터를 켜자마자 내용을 정리하고 고객에게 전화해 상황을 알려주겠다”는 식으로 자신이 취해야 할 행동과 관련된 시간과 공간 등을 정확히 명시해두는 것이다. 이처럼 정리해두면 업무를 완성했을 때와 유사한 심리상태가 된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아직 완수하지 못한 일에 대해선 누구나 어느 정도 걱정이 들게 마련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고 조마조마해하면 공적인 업무와 사적인 일 사이에 충돌이 생겨 삶의 균형이 깨진다. 이로 인해 오히려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휴식마저 제대로 취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는 ‘산업·조직심리학저널(Journal of Occupational and Organizational Psychology)’에 게재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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