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과의 이별도 아름답게” 시동 건 웰다잉법

 

지난 2008년 2월 세브란스병원에 입원한 70대 김모 할머니는 폐 조직검사 중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김 할머니의 가족들은 석달 뒤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존엄사 관련법이 없는 것은 헌법에 위배된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병원을 상대로는 민사소송에 나섰다. 1년여에 걸친 법정공방 끝에 대법원은 연명치료를 거부한 김 할머니 가족의 손을 들어줬고, 호흡기를 제거한 김 할머니는 연명치료를 중단한 지 201일째 숨을 거뒀다.

법안심사 통과한 웰다잉법 =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본격화된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인 이른바 ‘웰다잉법’이 오늘(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환자에 대한 무의미한 연명치료 중단을 골자로 한 이 법안은 연명치료를 중단하는 방식을 분명히 했다. 의식이 있는 환자는 의사와 함께 연명의료계획서나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본인이 직접 결정하고, 환자의 의식이 없으면 가족 2명 이상의 진술과 의사 2명의 확인을 거쳐 결정하도록 했다. 의식이 없는데 사전에 연명치료를 중단할 뜻을 밝히지 않았다면 가족 전원이 합의해야 한다.

이러한 연명의료 결정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는 충분히 형성돼 있다. 최근 서울의대 조사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8명은 연명의료 결정이 필요하다는 데 동의했고, 90% 이상은 연명의료계획서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에 찬성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본인의 연명의료 결정과 호스피스에 대한 의사를 문서화한 것이고, 연명의료계획서는 담당의사가 말기 또는 임종을 앞둔 환자에게 질병 상태와 예후, 호스피스, 연명의료 등에 대해 충분히 설명한 뒤 환자 뜻에 따라 연명의료 결정과 호스피스 관련 사항을 계획해 작성하는 문서이다.

국민들 공감, 해외에서도 허용 = 해외에서 법으로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네덜란드와 벨기에, 룩셈부르크 등 베네룩스 3국이 대표적이다. 네덜란드가 지난 2000년에 가장 먼저 연명의료 중단을 허용했다. 독일은 1993년에 연명의료 중단은 무죄라고 판단한 판례를 바탕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40개 주가 가족의 동의 아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는 수준의 연명의료 중단을 인정하고 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연명의료 중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두고 있다.

이번에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웰다잉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게 된다.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2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18년부터 시행된다. 환자 존엄과 행복추구권에 기초한 자기결정권이 존중되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법안 통과를 바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의대 가정의학과 윤영호 교수는 “웰다잉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호스피스와 연명의료결정 제도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본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호스피스 및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신속히 통과돼야 한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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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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