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 발전을 이끈 놀라운 사례들

겨울철 쌀쌀한 날씨는 뇌졸중 위험률을 높인다. 암 다음으로 사망률이 높은데다 발병 즉시 치료하지 않으면 치명적인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그 만큼 뇌 분야는 의·과학자들의 중요한 연구 분야다. 아직 뇌는 미지의 영역에 있지만 오늘날 뇌 과학이 이 만큼 발전한데는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끈 특별한 사건들이 있다. 뇌과학자, 신경학자, 심리학자들의 혀끝을 오르내리며 오랫동안 관심을 끌어온 유명 사례연구들론 어떤 것들이 있을까.

쇠막대기가 뇌를 관통한 남자= 철도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피이너스 게이지라는 청년은 공사 과정에 참여하던 도중 폭발물이 터져 쇠막대가 머리를 관통하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다. 얼굴을 뚫고 들어간 막대기는 뇌를 거쳐 머리 꼭대기를 뚫고 나왔다. 이처럼 엄청난 사고에도 게이지는 생존했다.

다시 업무에 복귀할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성격이 완전히 뒤바뀌게 된다. 사고 전엔 보이지 않던 공격적이고 무기력한 성향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게이지는 사고 당시 우측 전두피질의 상당 부분을 다쳤는데, 이를 계기로 의학자들은 이 부위가 충동 억제, 판단 등을 담당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이지의 사례는 전두엽 기능을 살피는 연구의 초석이 된 것이다.

방금 전 일도 잊어버리는 남자= H.M.으로 더 잘 알려진 헨리 구스타브 몰레이슨이란 남성은 간질을 치료하기 위해 뇌수술을 받았다. 뇌 조직의 일부를 제거하는 수술인데 이 수술로 간질 증상이 개선됐다. 문제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뒤따랐다는 점이다. 방금 전 일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증에 빠진 것이다.

몰레이슨은 수술 과정에서 해마가 잘려나갔는데, 이 부분은 오늘날 새로운 기억을 저장하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몰레이슨 사례를 통해 해마의 기능이 알려지면서 익명성을 위해 H.M.으로 불렸던 몰레이슨의 실명도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이는 수많은 신경학자와 심리학자들의 관심을 모아 1만 편이 넘는 논문에 인용되는 사례가 됐다.

문명을 학습한 야생소년= 프랑스 의사 장 마르크 이탈은 아베이론 숲에서 야생 상태로 살던 11~12세가량의 남자아이를 교육했다. 문명에 물들지 않은 이 소년은 언어도 몰랐고 옷을 입거나 화장실을 사용할 줄도 몰랐다. 하지만 교육을 받은 이후 기본적인 말들을 이해하고 글자를 쓰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인간은 타고난 소질보다 후천적 학습에 의해 발전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는 이후 정신지체아들의 교육을 중시하는 계기가 됐다.

천재이자 바보인 남자= 킴 픽은 ‘킴퓨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뛰어난 기억력을 가진 천재였다. 역사, 문학,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 박식했고, 일생동안 읽은 1만2000권 이상의 책 내용을 전부 기억할 정도였다. 하지만 기억력을 제외한 다른 부분은 정상인들보다 못했다. 일상적인 생활력은 떨어지나 특정 분야에선 천재성을 보이는 서번트 증후군 케이스인 것이다. 이 증후군은 자폐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나타지만 이들 중에서도 소수에게서만 발견된다.

방관자들 때문에 사망한 여자= 1964년 미국 뉴욕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도중 강도에게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여성의 살해 현장에는 38명의 목격자가 있었으나 그 누구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과학자들은 ‘방관자 효과’라는 심리현상을 발견한다. 목격자가 많으면 책임감이 분산돼 그 누구도 피해자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 구경꾼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실험 대상이 된 아기= 과학자 연구의 윤리성을 두고 논란이 된 사건도 있다. 존스홉킨스대학 심리학자 존 브로더스 왓슨이 진행한 ‘작은 앨버트’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1920년 왓슨은 생후 9개월도 되지 않은 앨버트라는 아기를 대상으로 동물에게만 입증됐던 실험을 진행했다. 아기에게 겁을 주어 두려움을 형성하게 만든 뒤 두려움을 다시 없앨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이 실험을 통해 사람도 동물처럼 학습에 의해 조건 반응하게 된다는 점이 밝혀졌다. 하지만 동시에 아기을 대상으로 한 비윤리성이 문제시됐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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