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에 도플갱어가… 정말 희한한 병들

낯선 사람이 가족이나 친구로 변장해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생각하는 질병이 있다. 이 증상을 처음 발견한 프랑스 정신의학자의 이름을 딴 ‘카그라스 증후군’이다. 이 증상이 있는 사람은 일상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는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는 망상에 사로잡힌다.

최근 ‘뉴로케이스저널(Journal Neurocase)’에 실린 78세 남성의 사례는 좀 더 독특하다. 이 남성은 거울을 들여다볼 때마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를 만나는 체험을 했다. 거울 속 남성을 본인이라고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과 닮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거울 속 모습이 자신과 똑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남으로 인식하는 증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결국 병원에서 카그라스 증후군을 진단받은 이 남성은 이제껏 단 한 차례도 병원에서 정신질환 진단을 받은 경험이 없다. 연구팀은 이 남성이 얼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에 장애가 생겨 이 같은 망상에 빠졌을 것으로 보았다. 얼굴 정보 처리 과정 중에서도 특히 얼굴 친숙도를 판단하는 능력에 손상을 입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카그라스 증후군에 대한 연구는 얼굴인식 불능증에 대한 연구와 맥락을 같이 한다. 얼굴인식 불능증은 익숙한 사람의 얼굴조차 제대로 분별해내지 못하는 증상이다. 이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목소리, 의상, 헤어스타일 등의 정보로 사람을 구분한다.

이 사례의 남성은 가족이나 친구가 아닌 자신의 얼굴을 분별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케이스와 차이가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자신의 얼굴과 다른 사람의 얼굴 정보를 처리하는 과정은 다르다. 즉 이 남성은 다른 카그라스 증후군 환자와는 변별되는 특정한 뇌 손상이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또 다른 독특한 사례가 있다. 이란 베헤스티병원 의학팀이 발견한 55세 여성 간질환자는 자신의 물건을 자기 것으로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이 원래 소유하고 있던 물건을 본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새것으로 교체했지만 이내 새 물건 역시 자기 것으로 인지하지 못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여성은 정상적인 지능을 가지고 있고 치매 증상도 없다. 기억력에도 별다른 이상이 없고, 머리에 부상을 입었다거나 별다른 두통을 경험한 적도 없다. 뚜렷하게 두드러지는 이상 없이도 이 같은 증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앞선 남성의 사례에서 신경학적 증상을 자세히 살피는 수준으로 연구를 확장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알츠하이머와 연관이 있는 단백질 지표, 말단 뇌 영역의 위축 등과 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해당 남성은 병원에서 항우울제와 항정신병 치료제를 처방받고 카그라스 증후군을 극복했다. 열흘 만에 증상이 개선됐다는 점에서 향후 연구에 참조가 될 만한 케이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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