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왜 항상 구인난에 허덕일까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실적이 좋은 직원’과 ‘가치관이 좋은 직원’을 선택해야 한다면 누구를 선택해야 할까? 시장 경제의 생존이란 명제 앞에 이 같은 질문을 던졌던 이는 한국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의 김범석 대표이다. 그는 청년창업 지원 관련 토크쇼에서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했다.

창업 초창기 시절 매출 25%를 이끌었던 직원이 회식 술자리에서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직원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자 어쩔 수 없이 실적 좋은 직원을 회사에서 내 보냈다고 한다. 실적보다는 ‘가치관이 좋은 직원’쪽을 선택한 김대표는 실제 사업상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가치관을 중시 여겼던 기업문화 덕택에 지금의 쿠팡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김대표는 자부했다. 아마도 이런 뚝심이 단시간 작은 회사를 5조원 가까이 평가 받는 회사로 키운 듯 하다. 성장 하되 함께 해야 한다는 조직의 비전을 몸소 실천한 점에서 김대표의 강단 있는 행동에 큰 점수를 주고 싶다.

한 낱 벤처신화로 묻힐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철학과 생각을 공유해야 하는 조직사회에서 일해 본 사람들이라면 김대표가 말하는 올바른 가치관이란 회사를 이끄는 대표로서, 조직의 수장인 리더로서 고수하기 어렵다는 것을 십분 공감할 것이다.

‘실적이 좋은 직원’과 ‘가치관이 좋은 직원’이라는 단순히 이분법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모순이겠지만 의사로서 작은 병원을 꾸리는 경우라면 생존이 버거운 현실에서 ‘실적 좋은 직원’ 소위 직원간에 마찰이 잦을 지라도 ‘일 잘하는 직원’을 포기하기란 쉽지가 않다. 함께 일하는 능력보다는 완벽한 개인의 업무처리 능력에 점수를 더 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의료계는 이직률이 높다. 소수를 고용하지만 고용되는 직원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다른 병원으로가 버린다. 엉덩이가 가벼운 직원을 탓해야 하는지 아니면 그들을 안착시키지 못하는 관리시스템의 부재를 한탄해야 하는 것인지 의료진들도 많은 혼란을 겪는다.

직원들 역시 여러 사람들과의 갈등을 견디면서 옮길 것인가, 아니면 버틸 것인가에 대한 끝없는 고민 끝에 업무 능률은 바닥으로 곤두박질 치고, 자존감과 자기효능감이 떨어진 직원은 자기 고뇌를 이기지 못해 사표를 쓰고 새로운 둥지를 찾는다.

이들을 너그럽게 수용하고 한 팀으로써 다독이는 병원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직률이 높은 현실을 감안한다면 사람을 키우며 성장하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바로 내 코가 석자인 우리 개원가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불가능 한 것도 아니다. 멀리보고 같이 간다는 생각이 공유된다면 고된 노동강도는 물론 낮은 박봉에도 직원들은 동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힘든 업무여건 속에서 직원들이 어려운 일도 함께 겪으며 자신의 값진 경험에 가치를 둘 것이고, 힘든 일마저 이내 겪어야 할 몫으로 여기며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요즘 젊은 직원들은 돈보다도 자기 만족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경우가 많다. 도전정신과 청년정신을 높이사면서도 달라지는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게 아닌지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의사들은 크고 작은 병원의 대표이사이며 리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더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강요 받은 적도 없다. 업무에 필요한 사람들을 고용하지만 조직원 역량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은 연차가 오래된 직원에게 맡기기 일쑤다. 스스로 그 역할을 포기한 셈이다.

고용되는 의료인들 역시 학습에서 팀워크는 다뤄지지 않는다. 전문성을 무기로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만 타 부서, 또는 역할이 다른 사람들과의 조화롭게 하는 일에는 취약한 경향이 있다. 물론 다 학습된다고 해서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지만 갈등 상황에서는 어느 정도 도움은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대부분의 의료진들은 진료에만 집중하고 싶어한다. 그래서인지 핵심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에 대한 관리는 깊게 관여하길 꺼려한다. 직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자세히 말하기 전에는 감을 전혀 잡지 못하고 있다가 직원이 그만 둘 때 그 퇴사이유를 묻다가 예견치 않은 이야기에 난감해 한다.

의료진들은 반복되는 구인난에 병원 꾸리기가 어렵고 사람 구하기도 힘들다고 한결같이 토로한다. 모두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진 채 병원을 그만두고 나가는 사람을 탓하게 된다. 결국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제자리를 맴돌기만 할 뿐이다.

‘리더의 마음코칭이 조직을 살리다’의 저자 홍의숙 교수는 리더의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리더는 혼자 일해서 성과를 내는 사람이 아니라 다른 조직원들이 성과를 내도록 이끄는 사람이라고 했다. 또한 무엇이 동기를 유발시키는 지, 어떻게 해야 신나게 일할 수 있는지, 조직원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알아야 리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의료진들에게 경영학 책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실천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반복되는 문제가 괴롭다면 적어도 해결 방법을 찾아 하나씩 시도해 보자는 것이다. 직원이 즐겁게 일하지 않는다는 것, 직원의 의무적인 업무태도에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환자가 먼저 알기 마련이다.

의료진이 진료를 하는데 있어 힘의 원천은 바로 환자에게서 온다. 환자들은 병을 낫게 해준 의료진과 애틋하게 돌봐준 여러 직원에게 신뢰를 표한다. 이런 선순환 구조에선 의사도 직원도 안정적인 업무환경이 조성된다. 이런 병원을 다시 찾고 싶은 건 환자만이 아닐 것이다.

건물 마다 병원이 들어서 있고, 심지어 한 건물에 똑 같은 진료과가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면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가혹하기만 한 의사들에게 너그러운 마음을 기대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불통의 시대, 직원과의 불통은 환자와의 소통을 방해하는 장벽이 된다. 모두를 위한 공존의 가치관을 만드는 것이 이 시대의 의료진이 풀어야 할 과제인 듯 하다. 경쟁으로 내몰리는 의료진들에게 환자와 직원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소신만 있다면 대박은 아니더라도 중박 정도는 유지할 수 있는 노하우가 생기지 않을까 읊조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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