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 잘 못 맡으면 면역기능 이상 가능성

친구나 가족 중에 갑자기 냄새를 잘 못 맡는 사람이 있다면 면역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눈여겨봐야겠다. 쥐 실험을 통해 면역 시스템과 냄새 맡는 후각기능 시스템 간의 연관성이 밝혀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면역 기능이 약하면 후각 기능 또한 약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런던 퀸매리 대학교 펄비오 디액퀴스토 교수팀은 일부 면역질환에서 나타나는 증상인 후각기능 저하가 면역력 결핍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를 실시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면역시스템과 후각기능 간의 연관성에 대한 기존 연구에도 흥미로운 내용이 많다. 여성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면역시스템 유전자와 다른 남성의 냄새를 선호한다는 내용이 그 것이다. 강한 면역시스템을 가진 사람이 더 외향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쥐에 면역기능 발현 및 발달을 담당하는 특정 유전자(RAG)을 없애서 면역기능시스템을 약하게 만들었다. 이어 후각기능 시스템에 관여하는 일부 유전자가 다르게 발현되도록 조절했다.

이 후 실험쥐의 집 바닥에 초콜릿 과자를 묻어두고 쥐들이 과자를 얼마나 쉽게 찾아내는지 살피고, 면역기능에 조절을 가하지 않은 보통 쥐와 비교했다.

그 결과 RAG를 없애 면역기능이 약해진 쥐는 보통 쥐보다 과자를 찾는데 5배나 오래 걸렸다. 더욱이 이 쥐들은 다른 쥐들의 냄새에는 반응했지만 평소에 좋아하는 아몬드나 바나나 냄새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후각 세포의 발달은 면역세포에 의해 발현되는 일부 요인에 달려 있다고 여겨진다”며 “면역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면 냄새를 잘 못 맡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면역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후각을 잃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피부, 관절, 혈액 및 신장 등 신체 곳곳에 염증을 일으키는 자가면역질환 루프스가 대표적이다.

디액퀴스토 교수는 “면역 결핍의 여러 유형들이 후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여 앞으로 냄새를 맡는 능력을 통해 특정 질환을 진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뇌과학 첨단연구(Frontiers in Neuroscience)’ 최신호에 실렸으며 과학전문잡지 뉴사이언티스트 온라인판이 최근 소개했다.

    정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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