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갑자기 마음이…

 

특정 분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꾸준히 축적되면 이른바 ‘전문가’가 된다. 해당 분야에 대한 능숙도, 신망, 지도력 등을 갖추게 된다는 의미다. 그런데 여기엔 한 가지 부정적인 측면이 따른다는 함정이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지나친 자기주장의 오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실험사회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Social Psychology)’에 이번 논문을 발표한 미국 로욜라대학교 빅터 오타티 교수팀은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하면 얼마나 독단적인 사고를 하게 되는지 확인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스스로를 특정 분야의 초보자 혹은 전문가로 느끼도록 유도했다. 가령 “미국의 현재 대통령은 누구인가?”와 같은 쉬운 질문부터 “닉슨 대통령 임기 당시 초기 부통령은 누구인가?”처럼 좀 더 심화된 질문을 던져 스스로가 지식인 혹은 무지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그리고 실험참가자들의 심리를 확인해본 결과,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해당 분야와 관련된 다른 사람의 관점을 잘 수용하지 않으려는 경향을 보였고, 자신의 생각을 고수하는 편협한 사고를 보였다.

일반상식처럼 쉬운 문제들에 대한 정답률이 높았던 사람들 역시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느끼며 완고한 성향을 보였다. 이들은 어려운 퀴즈를 제대로 못 맞혔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고 짜증을 내는 기질을 보이기도 했지만 쉬운 문제들에 대한 높은 정답률이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인식하게 만들면서 부정적인 기분이 상쇄되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연구는 직관에 다소 어긋나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고 종합하는데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의 생각을 종종 뒤집기도 한다. 성급한 독단보단 신중한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와 감정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성공했다는 느낌은 편견 없이 열린 마음을 갖도록 만든다. 성공했다는 기분은 초보자보다 전문가들이 많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점에서 전문가일수록 열린 마음을 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는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느끼는 사람이 오히려 편협한 사고를 갖는 경향을 보였다. 오타티 교수팀은 개인의 생각은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변동이 심하다고 보았다. 전문가는 일종의 사회적 역할인 만큼 상황에 따라 오픈마인드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또 이번 연구는 실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라 스스로를 전문가처럼 느끼도록 만드는 상황을 설정해 진행됐다는 점에서 ‘진짜 전문가’들이 편협한 사고를 갖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보다는 스스로를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넓은 마음을 갖기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편이 타당하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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