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책감 잘 느끼는 사람은 눈치가 100단?

 

살면서 종종 벌어지는 경미한 사고나 화복을 전부 자신의 탓으로 떠넘기는 사람들이 있다. 쉽게 자기 비하에 빠지고 스스로를 혐오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사람들을 ‘죄책감을 잘 느끼는 성향’이라는 성격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도 장점이 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호주 태즈메이니아대학교 연구팀은 평균 연령 27세인 실험참가자 363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감정 상태를 파악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11개의 가상 시나리오를 제공하고 시나리오에 담긴 상황에 대한 그들의 느낌을 물은 것이다.

가령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큰 실수를 저지른 사람의 상황을 제시하고, 그 사람의 입장에서 느껴지는 감정을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그 결과, 죄책감을 잘 느끼는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나는 문제점을 인지하고 더 나은 방법을 강구해야 했다”는 문항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반면 “나는 내가 저지른 문제를 숨기고 싶었다”라고 답한 사람들은 부끄러움을 잘 타는 성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얼핏 생각하기엔 죄책감과 부끄러움은 서로 유사한 성격인 것처럼 보이지만, 전자에 해당하는 사람은 스스로가 저지른 행동에 초점을 두는 반면, 후자에 속하는 사람은 본인 스스로에 대해 거북하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는 경향을 보였다.

즉 부끄러움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이번 실수가 나에 대해 말하는 바는 뭘까”라고 생각하는 반면, 죄책감을 많이 느끼는 사람은 “내가 어쩌다 이런 실수를 저질렀을까?”에 중점을 둔다는 의미다.

두 번째 실험에서는 다양한 감정을 표현한 배우의 얼굴을 보고 그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테스트를 진행했다. 행복감, 슬픔, 혐오, 두려움, 분노, 부끄러움 등으로 분류하는 실험을 진행한 것이다.

그 결과, 죄책감을 느끼는 성향을 가진 사람이 감정을 잘 분별해내는 뛰어난 수행능력을 보였다. 비교적 감정 표현이 약한 얼굴 표정조차 예민하게 가려내는 능력을 보였다.

단 이번 연구를 통해서는 다른 사람의 감정에 민감할수록 죄책감을 잘 느끼는지,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이 다른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는지 그 선후관계를 확인할 수 없다.

하지만 선후관계의 여부와 상관없이 죄책감을 잘 느끼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하고, 조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려는 ‘심리적 적응’ 능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 이러한 내용은 ‘인지와 정서(Cognition and Emotion)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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