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공갈…. ‘진상 환자’ 병원 소란 좌시말라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자신의 치료결과에 만족하지 않고 적절치 않은 방법으로 클레임을 제기하는 환자들이 있다. 보다 적극적으로 문제해결 방법을 찾기보다는 소란스런 행동으로 과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환자들을 의료계에서는 소위 ’진상환자’라 부른다.

이런 진상환자들은 단순히 범죄행위를 넘어 협박과 폭언 등으로 일관함에 따라 교묘히 진료행위를 방해하고 의료진의 업무 집중도를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하루아침에 병원의 신뢰도를 하락시키는 데 치명적 역할을 한다.

환자든 의료진이든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진상환자들이 하는 모든 행위는 단순히 클레임으로수용하기 어려운 불만표출행위를 넘어 불법에 해당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러한 난동들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데 있다.

병원에서 여러 환자들이 보는 앞에서 큰 목소리로 진료를 문제 삼아 떠드는 것은 업무방해죄에 해당되며, 욕으로 일관하는 위압적인 행동은 모욕죄에 해당된다. 의료진의 과실여부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오진을 거론하며 소란을 피우는 행위자체는 분명 명예훼손죄에 해당된다. 여기에 환자에게 소란을 멈추고 별도로 대화 할 것을 요하는 병원 측의 권유를 거절할 경우 주거침입, 퇴거불응죄에 해당한다.

요구하는 보상을 해주지 않을 시 언론사에 다 알리겠다는 진상환자의 의지표명도 공갈죄가 성립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인터넷과 SNS로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듯 병원과 의료진을 실명으로 모함할 경우 명예훼손죄에 포함된다.

이처럼 크고 작은 소란은 형법상 많은 죄를 짓는 일이다. 그러나 실제 사소한 행위들이 형사법에 저촉돼 경찰서에 잡혀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의료진 역시 이 같은 죄목은 낯설기만 할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환자와 의료진 모두 조용한 병원에 경찰들이 출입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공권력 치안의 범위 안에서 안전성을 느끼기 보다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을 암묵적으로 해석하는 우리 내 정서가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경찰을 부르는 것도, 경찰서에 출입하는 것도 금기 시 된다. 잘못된 소비자의 권리가 병원 내 난동이라는 범죄행위로 이어져도 행여나 나쁜 소문이 퍼질까 쉬쉬하는 분위기로 인해 제때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게 우리 의료진의 현실이다.

병원은 유독 폭력과 폭언에 관대하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환자의 폭력과 폭언에 수용적인 관행이 의료진에게는 트라우마로 작용한다. 환자의 난동을 겪었던 의료진은 극도의 스트레스에 시달리기도 하고 환자를 돌보는 일에 회의를 느낀 나머지 우울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병을 고쳐야 하는 사람들이 되려 병을 얻는 꼴이 된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환자뿐만 아니라 의료진의 심신에 대한 안전이 담보돼야 하는 곳이다. 의료진의 판단은 곧 환자의 생명을 살리고 회복 속도를 단축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또한 환자와 관련된 모든 프로세스가 정확히 실수 없이 진행돼야 하는 곳이 바로 병원이기 때문이다.

환자와 의료진과의 관계는 일회성 소비에 그치는 제품구매와는 달리 구매자와 소비자간의 강력하고 안정적인 신뢰를 요구한다. 의료진에 대한 사소한 불만해소를 불법적으로 자행하는 환자도 있어서도 안되겠지만 이들을 용인하는 병원도 있어서도 안 될 것이다. 이제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고자 하는 심지 굳은 결심이 필요할 때이다.

의료법률전문가들에 따르면 의료행위의 과실여부와 상관없이 의료인의 명예는 법익으로 보호돼야 한다고 한다. 소비에 대한 권익을 지켜주기 위한 제도는 탄탄해 지고 있지만 정작 의료진의 보호장치는 옛 방식 그대로 남겨져 있다.

이에 의료서비스발전에 필요한 것은 성숙된 소비의식과 더불어 일선 현장에서 소임을 다하는 의료진을 법의 테두리 안에서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우리 내 정서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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