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조 탄생? 어떻게 이런 혈액형이…

 

혈액형 유전법칙상 부모가 모두 B형이라면 자녀는 B형이나 O형이 일반적이다. 다른 혈액형이 나오면 가족 사이에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TV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토리인 것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이 됐다. 부모가 모두 B형인 자녀에서 ‘시스-AB’(cis-AB) 형 이라는 새로운 혈액형이 발견된 것이다. ABO식 혈액형 검사 결과가 친자 확인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이 이번 사례를 통해 다시 설득력을 얻게 됐다.

조덕 삼성서울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과 신희봉 순천향의대 교수팀은 “난소낭종 수술을 위해 입원한 29세 여성의 혈액검사 결과 시스-AB형을 처음으로 확인했다”며 20일 이 같이 밝혔다.

일반적으로 시스-AB형은 부모 중 한쪽에서만 AB형의 유전형질을 물려받아 만들어지는 혈액형이다. ABO식 혈액형 앞에 붙은 ‘시스’(cis)라는 용어도 프랑스어로 ‘한쪽에 있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1999년 서울대 의대 이정빈 교수가 혈액형이 O형인 아버지와 AB형인 어머니 사이에서 상식적으로는 나올 수 없는 O형의 어린이가 태어난 것을 유전자 감정을 통해 친자녀로 최종 확인한 사례가 있다. 이 어린이와 부모의 유전자 특성은 같은 것으로 증명됐다.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새로운 시스-AB형은 부모에게서 시스-AB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았다. 환자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정상 B형이어서 매우 이례적이라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번 경우는 본인에게서 처음 유전자 돌연변이가 발생해 생긴 시스-AB형을 확인한 첫 사례라는 데 의미가 있다”면서 “이 여성이 돌연변이 시스-AB형의 새로운 ‘시조’인 셈”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시스-AB형 중에서도 AB01형은 국내 인구 1만명당 3-4명꼴로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29세 여성의 AB09형은 국내외에서 유일한 사례”라고 주장했다.

연구팀은 “이 혈액형은 적혈구 수혈 시 AB형이 아닌 다른 혈액형 제제를 수혈 받아야 하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면서 “수혈이 필요한 경우 혈액형을 정밀검사하고 수혈의학 전문의의 자문을 받는 것을 권고한다”고 했다. 이 내용은 국제 학술지 ‘수혈의학’ (Transfusion Medicine) 최신호에 게재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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