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우 환경서 자란 아이 ‘술책’ 뛰어나다

 

불우한 환경에서 아동기를 보냈다면 청소년기 비행을 저지른다거나 성인이 된 이후 위법한 행위를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들이 있다. 어릴 때 심리적 혹은 금전적으로 어려움을 느꼈다면 의사결정 능력, 기억력, 일반 인지기능이 손상된다는 보고도 있다. 이처럼 불안정적인 아동기는 뇌에 안 좋은 영향만 미칠까.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특정 뇌기능은 오히려 발달하는 경향이 있다.

최근 ‘성격 및 사회심리학(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저널’에 이러한 논문을 발표한 미국 미네소타대학교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의 인지기능 중 실행기능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다.

실행기능은 집중력이나 판단력 등을 바탕으로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다양한 측면에서 이 능력을 평가할 수 있지만, 연구팀은 두 가지 측면에 초점을 맞춰 실행기능을 측정했다.

우선 ‘통제’ 능력은 집중력을 방해하는 요인이 있을 때도 일을 지속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연구팀은 컴퓨터 스크린 곳곳에서 산만하게 빛이 번쩍이는 상황에서도 판단력을 요하는 과제를 정확히 수행할 수 있는지 살폈다.

두 번째는 ‘술책’ 능력이다. 이는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비교적 수월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이다. 연구팀은 실험참가자들이 컴퓨터 스크린에 등장하는 목표물들을 분류하는 방식의 효율성을 평가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진행하기에 앞서 불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술책’ 능력이 우수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통제’ 능력이 우수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리고 실험데이터가 실질적으로 이러한 연구팀의 예측을 입증했다. 역경이 있는 불운한 환경에서 아동기를 보낸 실험참가자들은 ‘술책’ 능력에서, 원만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은 ‘통제’ 능력에서 우수한 점수를 얻었다.

단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한 연구였기 때문에 연구팀은 보다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 위한 추가실험을 진행했다. 우선 학생 181명을 대상으로 그들의 아동기 환경에 대해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통제와 술책 능력을 평가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어렸을 때 이사가 잦았다거나 부모의 직업이 불안정했다거나 하는 등의 산만한 환경에서 성장한 사람들은 통제 능력을 요하는 과제보다 술책 능력을 평가하는 과제에서 좋은 점수를 얻었다.

연구팀에 따르면 통제 능력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상정하고, 이를 이루기 위해 의지력을 발휘하는 능력이다. 반면 술책 능력은 한치 앞도 예측할 수 없는 세상에서 기지와 재치를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이다. 아동기를 어렵게 보낸 사람도 세상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중요한 능력이 있다는 점을 믿고, 실천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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