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환자 죽음 어디서 맞는 것이 좋을까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과 병원에서 맞이하는 죽음, 인생 마지막 작별의 순간을 선택할 수 있다면 어디서 끝을 맺고 싶은가. 최근 영국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말기 환자와 그들의 가족은 집에서 사별할 때 고통이 덜 한 것으로 나타났다.

킹스 칼리지 런던의 바바라 고메스 박사팀은 생의 마지막 날을 집에서 보내면 환자는 물론 그들의 가족도 좀 더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을 지난 8일 ‘BMC의학저널( Journal BMC Medicine)’에 발표했다.

단 연구팀은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몇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보았다. 우선 환자와 가족 모두 마지막 순간을 집에서 보내겠다는 결정에 대한 동의가 이뤄져야 한다. 또 말기 환자의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간병이 가능해야 한다.

고메스 박사는 “이러한 요건은 필수라고 보면 된다”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케이스의 90% 이상이 이러한 요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최근 암환자 가족과 사별한 경험이 있는 유족들을 대상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이들 중 177명은 가족의 죽음을 병원에서 경험했고, 175명은 집에서 경험했다.

연구팀은 환자가 느낀 고통의 수치, 유족들이 느끼는 슬픔의 강도를 파악하기 위해 유족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설문조사 내용을 분석한 결과,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환자의 25%는 죽음을 맞이한 마지막 한 주간 평온한 시간을 전혀 갖지 못했다. 반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환자는 12%만이 이처럼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을 집에서 보낸다는 것은 삶의 마지막 순간 위안이 된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익숙한 공간, 낯익은 냄새, 사랑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된다는 것이다.

고메스 박사는 “암 환자들의 대다수는 고통을 상당히 두려워한다”며 “그런데 우리의 연구에 따르면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환자들은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한 환자들보다 오히려 고통이 적었다. 병원에는 고통을 완화할 수 있는 약들이 구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집에서 맞이하는 죽음은 남은 가족들에게도 도움이 됐다. 이들 유가족이 느낀 슬픔의 강도는 병원에서 환자의 죽음을 경험한 유족들보다 약했고, 슬픔이 지속되는 기간 역시 짧았다. 환자가 평온한 죽음을 맞이했다는 점, 곁에서 계속 간호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이 이러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단 이처럼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환자가 먼저 이러한 의지를 명백히 표현해야 하며 가족들도 이러한 결정을 적극적으로 지지해줘야 한다. 또 집에서 말기 환자를 보살피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점 역시 인지해야 한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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