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데이터를 보니… 참 이상한 나라 한국

국민이 오래 살고 있는데 스스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고, 환자와 병상은 넘쳐나는데 정작 환자를 볼 의사와 간호사는 매우 적은 나라가 있다. 바로 한국이다. 최근 OECD가 발표한 회원국 헬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국인의 건강상태와 의료이용 현황을 살펴본 결과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정보통계연구실 장영식 초빙연구위원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기대수명은 81.8년으로 OECD 평균인 80.5년보다 1년 이상 길며, 건강기대수명 역시 73년으로 OECD 가입국 중 최상위권이었다. 반면 15세 이상 인구 중 자신의 건강이 ‘양호’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35.1%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OECD 평균은 69.2%였다.

장영식 연구위원은 “이러한 현상은 사회문화적 요인에 기인할 수 있으므로 통계의 해석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OECD가 2013년부터 자신의 건강을 ‘보통’과 ‘나쁨’으로 응답한 이들의 비율을 추가적으로 회원국에 요구한 결과, 한국에서는 보통으로 응답한 비율이 다른 회원국보다 상당히 높았다”고 설명했다.

보건의료 인력은 OECD 회원국보다 적지만, 병상은 많아 의료 인력과 자원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했다. 우리나라 인구 1천명당 의사 수는 2.2명으로 OECD 평균인 3.2명보다 적어 멕시코와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국민 1인당 연간 외래진료 횟수는 14.6회로 OECD 평균인 6.8회보다 2배 이상 많았다.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횟수이다. 의사 1인당 연간 진찰건수는 6482건으로 OECD 평균인 2385건보다 3배 가까이 높았다.

보건의료 인력의 증가세보다 병상의 증가세는 높게 나타났다. 우리나라 간호사 수는 지난 2004년 인구 1천명당 3.8명에서 2013년에 5.2명으로 1.4배 가량 증가해 OECD 평균 증가수준인 1.1배보다 약간 높았는데, 같은 기간 병원병상은 2배 정도 늘었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병원병상이 이 기간 동안 10% 가량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병상 수가 적정 수준을 넘다보니 환자 재원일수는 OECD 평균보다 훨씬 길었다. 우리나라 환자 1인당 평균 병원 재원일수는 16.5일로 OECD 평균인 8.3일보다 약 2배, 치매환자의 경우 183.2일로 OECD 평균인 41.6일보다 4배 이상 길었다. 장기요양병원 병상은 노인인구 1천명당 31.4병상으로 지난 10년간 12배 이상 증가했다.

우리나라에서 환자 재원일수가 길어지는 이유는 인구고령화로 장기요양병상이 과잉 공급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많은 OECD 국가에서는 급성 치료가 필요 없는 환자에게 요양만 제공하는 장기요양시설의 수용 능력을 늘려 고비용의 병원 병상 이용을 감소시키는 추세이다.

장영식 연구위원은 “의료 인력과 자원의 불균형은 보건인력의 업무 과중과 진료 소홀을 초래할 수 있는 만큼 적정한 수준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면서 “치매특별등급의 신설로 치매 환자를 제도적으로 흡수하고 있어 사회적 입원 추세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나, 병원 병상의 적정수준에 대한 평가와 이에 따른 대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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