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거덜 날 때까지… 슬롯머신의 심리작전

슬롯머신은 겜블링 산업의 효자상품이다. 게임에 소질이 없는 사람도 동전을 넣고 손잡이만 당기면 되는 쉬운 게임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선 외국인 전용 카지노를 제외하곤 이 기계를 보기 어렵지만 외국여행을 간다면 술집에서도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접근이 용이하다. 또 전문가들에 따르면 슬롯머신은 계속 동전을 투입하고 싶은 심리를 유발하도록 교묘하게 디자인돼 있다.

인간의 나약한 측면을 공략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게임을 할 때 돈을 잃고 나면 다음 판에선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인식상의 오류’가 생긴다. 그래서 게임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하게 된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에 따르면 게임기를 ‘의인화’하는 전략도 게임 중독을 유도할 수 있다. 슬롯머신을 사람처럼 생각하면 게임을 멈추지 못하고 계속 이기기 위해 애쓰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 밀라노-비코카대학 연구팀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슬로머신 게임을 하도록 했다. 그리고 만약 게임을 더 하고 싶다면 일단 설명서를 읽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험참가자들은 기계의 배당금 알고리즘, 즉 어떻게 하면 돈을 잃고 어떻게 하면 돈을 따게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담긴 글을 읽었다. 마치 슬롯머신이 사람처럼 의도성을 가진 것으로 의인화시킨 또 다른 설명서를 읽은 학생들도 있다.

“슬롯머신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승패를 유도할 수 있다. 종종 게임자를 놀릴 목적으로 일부러 빈털터리 신세가 되도록 만든다. 하지만 때로는 충분한 보상을 주려고도 한다. 슬롯머신은 언제나 결정권이 있다.”

이처럼 슬롯머신이 마치 사람처럼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설명서를 읽은 실험참가자들은 좀 더 오랫동안 슬롯머신 앞을 벗어나지 못했다.

연구팀은 실험을 좀 더 확실히 입증하기 위해 이번에는 게임을 중단한다면 그에 따른 보상을 주겠다고 공지했다. 게임을 하지 않고 남은 포인트를 간식이나 상금으로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슬롯머신을 의인화한 설명서를 읽은 실험참가자들은 계속해서 게임을 진행했다.

연구팀은 게임기를 사람처럼 생각하면 좀 더 흥분되고 자극을 받기 때문에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았다. 사회적인 교감을 하고 있다고 착각하면 승패에 더욱 민감해진다는 설명이다.

슬롯머신은 친숙한 인물이나 캐릭터, 아이콘으로 디자인된 경우가 많다. 연구팀은 이러한 디자인이 도전 심리를 유발시킬 것으로 보았다. 단 이번 연구를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서는 학생이 아닌 실제 겜블링을 즐기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추가실험이 필요하다. 이번 연구는 ‘실험심리학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Psychology)’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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