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가 혼혈인 보는 시각, 어른과 달라

 

인종을 카테고리화한다면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인종은 유전적인 공통분모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분류 방식에 차이가 생길 수 있다. 사람마다 인종을 분류하는 시각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연령에 따라서도 인종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다. 어른이냐 아이냐의 여부에 따라 혼혈인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종별 우열 가르기는 반인간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인종 개량학적인 시선이 흑인 노예정책이나 유대인 말살계획 등을 정당화하는 기반을 마련했고, 비극적인 역사를 만들었다. 이제 ‘순수 혈통‘이나 ‘순수 인종’의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지만 인종에 대한 편견은 아직 견고하다. 연구자들이 인종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 미시간대학교 연구팀이 이러한 연구의 일환으로 성인과 아이들이 인종을 카테고리화하는 방식을 살피는 연구를 진행했다. 혼혈인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차이를 알아본 것이다.

실험참가자 400명은 연구팀이 제공한 소녀들의 얼굴 사진을 보고 흑인, 백인, 흑인과 백인 사이에 태어난 혼혈인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백인인 어른 실험참가자들은 혼혈인 소녀를 백인의 범주에 거의 포함시키지 않았다. 혼혈인 혹은 흑인으로 포함시키는 경향을 보인 것이다.

소녀들의 사진과 그들의 부모 사진을 함께 제공했을 때에는 좀 더 자신 있게 소녀를 혼혈인 범주로 포함시키는 경향을 보였지만 여전히 백인의 범주에 놓기는 꺼려했다.

하지만 10세 이하 백인 아동이 인종을 분류하는 방식은 성인과 차이가 있었다. 실험참가 아동들은 소녀와 소녀의 부모 사진을 함께 보고 난 뒤 소녀를 흑인으로 분류하는 것만큼 자주 백인으로 분류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흑인 실험참가자들을 대상으로도 동일한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자 흑인 어른들은 백인 어른들에 비해 혼혈인 소녀를 흑인과 백인으로 골고루 분류하는 경향을 보였다. 또 10세 이하 흑인 아동들은 오히려 혼혈인 소녀를 백인으로 분류하길 선호했다.

이는 백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에 대한 시각 차이, 성인과 아이의 시선 차이를 확인할 수 있는 실험이다. 백인은 부모 둘 중 한 명이라도 흑인이라면 백인의 범주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강한 편견이 있었다. 즉 단 한 방울의 흑인 피라도 섞여있다면 백인으로 볼 수 없다는 ‘한 방울 원칙’이 강력히 적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또 피부색주의로 인한 편견이 확고하게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은 상대적으로 혼혈인을 유연하게 바라보는 시선을 보였다. 인종은 생물학적인 개념이지만 인종을 분류하는 사람들의 시각은 문화·정치적인 편견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다. 이번 연구는 ‘아동발달(Child Development)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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