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은 과잉진단… 판별할 방법 있다

최근 방영되기 시작한 종편채널 드라마 ‘디 데이’의 한 장면. 응급실에 아무리 위급한 환자가 들어와도 병원장은 수익 때문에 무조건 CT와 MRI부터 촬영할 것을 지시하고, 환자가 최우선인 응급실 당직의는 이에 격분해 병원장과 대립하다 한지로 쫓겨날 위기에 처한다.

대재난 속에서 의사와 구조요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이 드라마는 지난 첫 회에서 병원수익의 방편으로 악용되는 과잉진단을 넌지시 짚었다. 드라마를 위한 극단적 설정으로 이해해야겠지만, 과잉진단은 실제 의료계 안팎에서 논란의 대상이다. 갑상선암 검진을 위한 초음파 검사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과잉진단을 평가할 뚜렷한 기준은 마땅히 없다. 일반적인 암 검진에서는 조기진단과 과잉진단을 딱 잘라 구분하긴 어렵다. 과잉진단을 평가할 기준을 찾기란 과연 불가능한 것일까. 의료계에서는 조기발견 시간(Lead-time)을 측정할 수 있다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의료계에서는 통계적으로 과잉진단을 평가하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다. 이들은 질병보유기간이 길수록 선별검사를 통해 질병이 발견될 확률이 높은 만큼 진단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 선별검사가 효과적이지 않은데도 단지 진단 시기만 앞당겨 마치 검사를 받은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오래 사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려대 의대 의학통계학교실의 이준영 교수는 “과잉진단의 정량화가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조기발견 시간(Lead-time) 여부를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기발견 시간은 선별검사(screening)로 질병을 발견하는 시간과 선별검사 없이 일반적인 치료(Usual care) 과정에서 질병을 발견하는 시간 사이의 차이를 뜻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치료 과정에서 암으로 진단받고 5년 후 사망한 환자가 있다고 하자. 이 환자가 2년 전 선별검사를 받고 암이 진단돼 7년 후 사망했다면 선별검사로 진단시점을 2년 앞당겼지만, 사망 시기는 같다. 즉 실제 조기발견 효과는 없고, 조기발견 시간 때문에 2년을 더 산 것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이 환자가 선별검사로 암 진단을 받고 10년 뒤 사망했다면 진단시점은 2년 당겨졌고, 생존기간도 3년 늘어나 조기발견의 효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질병이 진단된 환자들의 혈액샘플을 사용한 후향적 연구와 무증상 사망 환자들의 검시 결과를 사용한 종양 여부 평가 자료로 무작위 선별검사 임상에 대한 장기추적 연구를 실시하거나, 암 진행 단계에 따른 전이확률과 평균 종양 체류시간 등을 활용한 확률모델로 조기진단 시간을 측정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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