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꿀팁] 천연·유기농 화장품이면 무조건 OK?

 

화장품 속 화학성분의 안전성이 화두가 되면서 천연 원료나 유기농 원료를 쓴 화장품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천연 화장품과 유기농 화장품을 구분하지 못하고, 무조건 좋다며 맹신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아 이들 제품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천연 화장품과 유기농 화장품은 기준부터 다르다. 천연 원료가 1%만 들어 있어도 천연 화장품으로 광고할 수 있는 반면, 유기농 화장품은 인증기준이 훨씬 엄격하고, 까다롭다. 천연 화장품이 넓은 의미에서 통용된다면 유기농 화장품은 협의의 천연 화장품이라 할 수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시한 유기농 화장품 표시.광고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전체 구성성분 중 95% 이상이 동식물 등에서 유래한 원료이면서 전체의 10% 이상이 유기농 원료로 구성돼 있는 제품 또는 물과 소금을 제외한 전체 구성성분의 70% 이상이 유기농원료로 구성된 제품이어야 한다.

즉 모든 유기농 화장품의 원료가 천연 성분만은 아니다. 원칙적으로 합성 보존제나 향료 등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적인 원료로 제조해야 하지만, 자연에서 대체하기 곤란한 17종의 합성원료는 5% 이내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화장품법에는 유기농 화장품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심사 기준이 없고, 자체 유기농 인증기관도 아직 없는 실정이다. 이렇다 보니 무늬만 유기농인 화장품이 넘쳐난다. 지난 2013년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유통 중인 유기농 화장품 50개의 표시.광고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보면 35개 제품이 식약처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위반했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기준은 나라마다, 기관마다 다르다. 국내에는 자체 유기농 인증기관이 없기 때문에 미국 USDA, 프랑스 에코서트, 독일 BDHI 등 대표적인 해외 유기농 인증마크를 획득했는지, 유기농 인증 성분의 함량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해야 한다.

미국 USDA 기준에 따르면 유기농 원료들은 국가 유기농 프로그램에 따라 생산, 가공돼야 하며, 적어도 전체 내용물의 70% 이상이 유기농 원료여야 한다. USDA는 유기농 원료 함량에 따라 100%, 95% 이상, 70-95% 미만 유기농 제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유기농 화장품이 아무리 좋은 천연 성분을 썼다 해도 내 피부와 안 맞으면 피부 트러블을 일으킬 수 있다”며 “안정성을 맹신하지 말고 일반 화장품과 동일하게 보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근에는 보존제 성분인 파라벤과 페녹시에탄올의 발암 논란이 일면서 보존제를 넣지 않고 천연 원료로 집에서 직접 만드는 이른바 무방부제 홈메이드 화장품도 인기다. 영국 리딩대학 연구에서 파라벤이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하게 작용하면서 유방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제시되긴 했지만, 발암 여부는 입증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무방부제 제품은 무조건 안전하고 피부에 좋으며, 파라벤 등 인공 화학물질은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은 잘못됐다는 게 보건당국의 설명이다. 식약처는 “파라벤 등 보존제는 안전한 사용량을 법으로 엄격하게 관리감독하고 있다”며 “천연 화장품은 용어가 법적으로 인정된 게 아니며, 함유량 기준도 없어 정체불명의 제품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무방부제 화장품은 쉽게 상하고 미생물이 번식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빠른 시간 내 사용해야 하는 단점이 있다. 홈메이드 화장품도 잘 살피지 않으면 오히려 불순물이 많은 원료를 쓸 수 있고, 정확한 제조방법을 익혀 만들지 않으면 피부를 해칠 수도 있다.

한 피부과 전문의는 “합성원료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나 불안감을 갖기보다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고르고, 무엇보다 자신의 피부 특성을 사전에 파악해 피부상태에 맞는 화장품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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