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벗은 몸을 본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이재길의 누드여행 (2)

에드워드 웨스턴의 작품세계 ②

에드워드 웨스턴이 작품활동을 하던 1900년대 초는 기존 ‘회화주의’ 사진에서 ‘사실주의’ 사진이라는 새로운 사진의 시대가 열리던 시기였다. 자연, 건물, 일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이른바 ‘스트레이트 사진(Straight Photography)’이 성행하였고, 안셀 아담스(Ansel Adams)와 존 색스턴(John Saxton) 같은 세계적인 사진가들이 두드러지게 주목받는 시기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실주의는 당시로선 굉장한 충격이었고 도전이었다. 보수적인데다 개인적 삶을 타인에게 노출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금기시 되었던 당시의 숨 막히는 시대공기를 고려한다면 말이다. 그래서 사실주의는 그만큼 예술에 대한 진정한 인식을 깨우쳐주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고도 할 수 있다. 더구나 여성의 벗은 몸을 가장 직설적이고 솔직하게 담아낸 에드워드 웨스턴의 누드 시리즈는 사실주의에서 더 나아가 ‘사실적 표현주의’의 시대를 활짝 여는 단초가 되었다.

사진 속 여체의 선을 보라. 질감을 보라. 조형성을 보라. 이것은 여성의 벗은 몸을 바라보는 웨스턴의 절대적인 시선이었다. 그의 시선에 비치는 아름다움을 그 자체로 담아내기 위해 웨스턴은 여성의 누드를 찬란하게 비추는 빛을 향해 카메라를 들어야만 했다.

뷰 파인더 속에서 탐스러운 여체를 비추는 광선이 날카롭기도 하고 온화하기도 하다. 여체의 신비로움에서 벗어나 알몸을 드러낸 채 모래 위에서 편안해 보이는 여인의 모습에선 조물주의 숭고함이 묻어난다. 겨드랑이와 음모를 가리지 않은 채 누워있는 여성의 목과 가슴, 다리에서 반사되는 빛과 그림자에는 여체의 감출 수 없는 섹슈리얼리티가 살아 숨쉬고 있다.

영국의 사진평론가인 존 버거(John Berger)는 저서 『Ways of Seeing』에서 다음처럼 질문한다.

“타인의 벗은 몸을 본다는 것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타인의 벗은 모습이 완전히 다 드러나는 순간, 그것은 어떤 식으로 우리의 욕망에 영향을 미치는가.”

웨스턴의 누드 시리즈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들려주고 있다. 그것은 바로 ‘본질적인 아름다움’ 혹은 ‘아름다움의 본질’이다. 본질적인 아름다움이란 우리 삶이 갈구하는 욕망과 감동의 실체이기 때문이다. 여성의 누드를 통해 우리는 에로티즘과 섹슈얼리티를 넘어서 내면의 세계에 다다른다. 그가 추구하는 여성의 누드는 숭고함 그 자체이며, 인간존재의 일부인 것이다.

여성의 누드를 향한 왜곡된 시선이 난무하는 오늘날에도 웨스턴의 사진은 예술계에 뿌리 깊은 나무가 되어 거친 환경 속에서도 끝임 없이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이 소중한 열매가 새로운 예술시대의 또 다른 문을 활짝 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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