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룩 즐기는 아이, 실제로도 마음이…

 

하얗게 분칠한 얼굴, 짙게 스모키 화장한 눈, 새까만 머리, 피어싱과 문신, 해골 장신구, 검은 의상…

마치 뱀파이어를 연상케 하는 이 스타일은 ‘고스룩’ 혹은 ‘고딕룩’이라고 불린다. 어둡고 음침한 느낌을 연출하는 이 패션을 고수하는 청소년들은 실질적으로 침울한 기분일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란셋 정신의학(Lancet Psychiatry)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고스룩을 즐기는 청소년들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률이 높으며, 자해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

고스는 1980년대 초반 영국의 포스트-펑크 문화와 함께 생겨난 집단으로, 히피나 펑크처럼 ‘반항’을 상징하는 문화이지만 저항보단 도피를 택한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성향을 보인다. 이와 같은 고스 문화에 빠진 10대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3배 높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약물을 복용하거나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내는 자해행위를 할 가능성 역시 5배 이상 높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실험심리학과 루시 보우즈 교수는 “고스룩 자체가 우울증이나 자해의 원인이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며 “이 하위문화에 속한 아이들이 우울증에 취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스족 아이들이 왜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해를 할 확률이 높은지는 밝혀내지 못했다”며 “다만 주류 사회에 속하지 못하고 고립감을 느끼는 아이들이 이 문화에 끌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보우즈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영국에 거주하는 15세 청소년 4000명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고스족, 스포츠 그룹, 인기 있는 그룹, 비사교적인 집단, 공부벌레 등에서 어디에 속하는지 답했다. 그리고 그들의 자해 혹은 우울감에 관한 정보도 함께 제공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15살에 자신을 고스족으로 분류한 아이들은 18살이 됐을 때 우울증을 보일 확률이 다른 아이들보다 3배 높았다. 고스족 기질이 약간 있다고 답한 아이들도 우울증이 나타날 확률이 1.6배 높았다. 자기 자신을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룹이라고 응답한 아이들은 우울증이나 자해를 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이번 연구의 공동저자인 글래스고대학교 로리 오코너 연구원은 “우리는 이 아이들이 도움을 잘 요청하지 않는 기질이 있는지도 알아봐야 할 것”이라며 “이 아이들은 도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주저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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