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환각…급증하는 조현병, 예방 가능할까

호사를 꿈꾸던 K씨(30). 학창 시절 다소 내성적이어도 평범했던 그녀는 왕따를 경험하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간 뒤엔 부모의 이혼 등으로 외로움과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급기야 환청까지 들렸다. 자살을 수없이 꿈꿀 만큼 환청으로 고통스러워한 그녀는 죽든 살든 치료해 보기로 결심해 홀로 귀국했고, 병원에서 당장 입원이 필요한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K씨와 같은 조현병 환자가 꾸준히 늘어 지난해 국내에서 10만명을 넘어섰다. 30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분석한 조현병 관련 진료비 지급자료를 보면, 지난 2010년 9만4천명이던 조현병 진료인원은 5년 새 10만4천명으로 증가했다. 연령대별로는 30-40대에서 진료인원이 가장 많았고, 입원과 외래환자는 각각 2만4천명, 9만4천명이었다. 환자 1인당 입원환자는 991만원, 외래환자는 102만원의 진료비를 썼다.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사회적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2011년에 병명이 조현병으로 바뀌었다. 조현은 현악기의 줄을 고른다는 뜻이다.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조율되지 못했을 때처럼 혼란스러워 보인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세계적으로 조현병 유병율은 인구의 1% 정도로 일정하게 나타난다. 의료계는 국내에도 50만명 정도의 환자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현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무더운 날 옷을 여러 겹 껴입는 등 부적절한 생각과 행동을 보일 수 있다. 감정 표현이 없어지고, 말수나 행동이 줄어드는 증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건보공단 일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정석 교수는 “조현병 환자들은 일반인보다 자살을 시도하는 경우(20~40%)가 흔하고, 자살 시도자 가운데 10% 정도는 사망에 이른다”며 “생활습관 관리가 어려워 당뇨,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도 높아진다”고 했다.

조현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생물학적, 심리적 원인이 복합돼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물학적으로는 도파민 등 신경전달물질의 이상이 주된 요인이다. 이 때문에 약물요법으로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증상을 완화하면 나아가 조현병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 망상과 환각을 완화하기 위한 인지행동치료, 환자 가족 교육, 다시 직업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는 직업재활 등의 치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즘엔 조현병을 예방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조현병 발병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들을 미리 선별해 약물치료나 인지행동치료로 발병을 예방하는 프로그램들이 국내외에서 운영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직까지 역사가 오래되지 않아서 많은 연구결과가 축적되지는 않았지만, 몇몇 연구에서는 발병을 막거나 지연시키는 효과가 증명됐다”며 “일반적인 생각과 달리 조현병을 조기 진단해 치료하면 별다른 장애 없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어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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