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가 내 병을 알아?” 의사 뺨치는 환자들

 

한미영의 ‘의사와 환자 사이’

환자의 수준이 높아졌다. 진료실로 들어와 몇 시간 전 발표된 의료정책에 대해 먼저 귀띔해 주고, 의사보다 보험지식이 두둑한 사람들이 바로 환자들이다. 여기에 더해 어디서 찾았는지 최근 뉴스에서 의학논문까지 출력해와 의사에게 보여주는 환자들은 가히 놀랍기만 하다.

의사들은 이런 환자들을 접하다 보면 의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듯이 여러 의학지식들을 열거하는 환자들에게 왠지 모를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어찌 보면 의사에게는 가벼운 지식으로 전문성이 농락되는 것처럼 보인다. 왜 환자들은 이렇게 어설픈 의학정보를 진료실로 물고 들어오는 것일까?

젊은 층의 전유물이었던 스마트폰이 어느덧 중장년 세대로 보편화되면서 앉은 자리에서 궁금한 내용을 검색하고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의사를 찾아가 짧은 진료시간에 쫓기듯 물어보지 않아도 되고 의사가 말해주는 것 이상에 의학정보를 접할 수 있다. 여기에는 사진도 동영상도 사례별로 정확한 설명이 더해진다.

환자들은 진료실을 찾기 전에 검색을 통해 자신의 증상과 견주어 진단명을 찾아 볼 수 있다. 그래서 예상된 진단과 의사의 진단이 상이하면 의사를 믿어야 하는지 의학정보를 믿어야 하는지 난감해 한다. 문제는 왜 다른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듣지 못한 채 자신이 예견한 진단과 일치할 때까지 환자의 의료쇼핑이 계속 될 수 있다.

그래서 의사는 환자가 잘못된 정보를 맹신하는 경우 교정해 주고 올바른 의학지식을 교육해 주는 역할을 진료만큼이나 중요한 서비스 영역으로 봐야 한다. 과거 진단과 치료가 주요 업무가 됐다면 환자가 인지하고 있는 가공된 의학정보가 정확히 수렴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렇게 건강관리에 적극적인 환자들은 질병을 찾아내기 위해 검색에 열의를 보인 것처럼 스스로 회복에 필요한 관리법을 찾아 행하는데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러한 환자의 태도를 높이 사고 전문가로서 옥석을 가리는데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새로운 수술법과 치료법이 개발되는 가운데 전문가의 식견 없이는 전문의학정보의 옳고 그름의 판단이 어렵다. 환자입장에선 병원들이 홍보하는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다. 검증이 되지 않는 의학정보들 가운데 최신 치료법이라 부르짖는 마케팅에 현혹되는 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의료진이 환자의 의학정보를 필터링 해주는 역할이 더해 졌다면 환자는 서비스 제공자로서 의사에 대해 반드시 예의를 갖춰야 할 것이다. 환자는 얇은 지식으로 의료진의 진료방식과 진단결과를 무시해서도 안 된다.

의료진의 소신과 환자가 알고 있는 내용과 다르다고 해서 나쁜 입소문을 내는 것도 에티켓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환자의 에티켓이 지켜지지 않을 때 의사 역시 환자로서의 예의를 다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의사와 환자 사이의 까칠한 신경전 속에서 단답식의 대화가 오가다 최악의 경우 서로가 믿지 못해 의견충돌로 싸움으로까지 번지게 될 수 있다.

의료진과 환자 사이에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신뢰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의사들은 환자들의 어설픈 의학지식이 가벼워 보일지라도 환자의 적극성을 지지할 수 있는 아량을 베풀어야 한다. 이와 함께 환자는 의사의 방식이 자신이 알던 것과는 달라도 예의를 갖추고 대화를 풀어나가야 한다

시대가 변하고 삶의 패턴이 바뀌면 그에 따른 진료서비스도 업그레이드 되어야 한다. 환자들의 적극성과 지적 호기심에 대해 의사들 또한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고혈압 환자가 야오미 밴드를 손목에 차고 진료실을 찾는다 가정해 보자. 어떤 질문으로 관심을 표하며, 어떤 질문에 어떻게 명쾌한 대답을 내 놓을 것인지 상상해 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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