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96.5% 진료실서 폭언-폭력 경험

 

의사를 상대로 한 의료기관 내 폭력이 해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라면 한 번쯤 환자나 환자 보호자로부터 폭력과 폭언, 협박 등을 당해보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할 지경이다.

24일 대한의사협회 기관지인 의협신문에 따르면 전국의 의사 593명을 상대로 지난 3-18일까지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96.5%가 환자나 환자 보호자 등으로부터 폭력과 폭언, 협박 등을 경험했다. 지난 2010년 조사에서 86.4%이던 것이 2013년 95%, 올해 96.5%로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폭력을 당한 횟수는 연 1-2회가 46.4%로 가장 많았고, 연 3-5회 25.4%, 연 5-10회 10%, 월 1회 이상 9.8%, 매주 한 건 이상 3.9%의 순이었다. 응답자의 1.5%는 거의 매일 폭력 피해를 입고 있다고 했다. 여성 의사의 95.4%, 남성 의사 96.8%가 폭력을 경험했다고 답해 남녀차도 없었다.

폭력행위는 대부분 폐쇄된 진료실 안에서 일어났다. 응답자의 64.6%가 진료실 안에서 폭력과 폭언 등을 경험했다. 응급실 당직을 많이 서는 전공의들은 진료실(31.8%)보다 응급실(54.5%)에서 폭력을 경험했다는 응답이 많았다. 의사들은 진료 결과와 대기시간, 진료비, 불친절 등이 불만의 원인이 됐다고 답했지만, 10명 중 1명은 묻지마식 폭행을 당했다고도 했다.

이렇게 폭력을 경험한 대부분 정신적 후유증에 시달렸다. 피해 의사의 91.4%가 스트레스와 무기력, 분노, 두려움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해졌다고 답했다. 결근을 하거나 치료를 받는 등 진료와 일상에 차질을 빚은 경우도 3.6%였다. 정신적 후유증을 겪는 의사는 2010년 조사(69.1%) 때 보다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의료인 폭력사건에 대한 병원들의 대처는 소극적이었다. 병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응답은 13.3%에 그쳤다. 과반수인 60.2%는 병원의 평판을 고려해 고발 등 법적 조치보다 조용히 처리되기를 바란다고 답해 피해구제의 책임이 의사 개인에게 쏠려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폭력 피해를 당한 의사 10명 중 3명은 참거나 무시하고 자리를 피한다고 했다.

말이나 행동으로 적극 맞서기보다 경찰에 신고하는 등 공권력에 도움을 구하겠다는 의식은 예전보다 높아졌다. 폭력을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응답은 2010년 19.1%에서 올해 38.4%로 증가한 반면, 말이나 행동으로 맞서겠다는 응답은 같은 기간 32.7%에서 19.3%로 감소했다.

현재 국회에는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인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이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대부분 벌금형인 의료인 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이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강화된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료기관 내 폭력 예방을 위해 의료인을 폭행한 사람을 가중 처벌하고, 의료기관 내 경찰을 상주시키는 등 관련 규정과 법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응답자의 절반 정도는 의료인 폭력 행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률 개정이 진료실 폭력행위를 예방하는 데 다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양형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응답도 26.3%였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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