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약’ 특허 잇단 만료… 요동치는 ‘남성 시장’

 

1990년대는 전 세계 고개 숙인 남성들의 해방기라 할 수 있다. 수술과 주사제에 기대 온 발기부전 치료가 먹는 약의 시대를 맞았기 때문이다. 협심증 신약을 개발하던 미국 제약사인 화이자가 소 뒷걸음치다 쥐 잡듯 건져낸 비아그라(실데나필 성분)는 그야말로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에 국내 발매된 비아그라는 70%가 넘는 즉각적인 효과로 전통의 한약 시장을 위협했다. 이 약의 국내 도입 여부를 둘러싸고 한미 통상 문제가 불거질 뻔 했고, 의약분업 이전이라 오남용 우려를 놓고 찬반논쟁도 들끓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의 병으로 고개 숙인 남성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제약시장의 블록버스터로 우뚝 섰다.

비아그라의 원료성분인 실데나필은 발기저해 물질인 PDE5라는 효소를 억제하면서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생성되는 사이클릭GMP라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돕는 작용을 한다. 비아그라를 비롯한 모든 발기부전 치료제의 기전도 이와 똑같지만, 화학구조가 다른 게 차이다. 그래서 성분명도 다르고, 성분에 따른 효과, 반응, 부작용도 개인차가 있다.

고개 숙인 남성 해방시킨 비아그라… 특허 만료 후 왕좌 내줘

화무십일홍이라 했나.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를 이끈 비아그라도 지난 2013년 후발주자인 릴리의 시알리스(타다나필 성분)에 왕좌를 내줬다. 앞선 2012년 5월에 비아그라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면서 30여종에 이르는 제네릭(복제약)이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연간 1천억원에 이르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시알리스 280억원, 팔팔 180억원, 비아그라 130억원의 처방 실적을 올리며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비아그라의 제네릭인 한미약품의 팔팔은 반값 비아그라 시대를 열며 원조를 뛰어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다음 달 또 한 번 출렁일 전망이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최강자로 치고 올라온 시알리스의 물질 특허가 오는 9월 3일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시알리스는 약효가 36시간 지속돼 비아그라보다 뛰어나고, 발기부전뿐 아니라 전립선비대증에도 적응증을 획득한 약이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절반 이상은 발기부전을 겪고 있다. 이러한 효능과 시장성 때문에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은 시알리스 제네릭은 무려 150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현 최강자 시알리스도 내달 특허 만료… 복제약 150종 출시 대기

비아그라의 제네릭인 팔팔이 가격 경쟁력과 재치 있는 제품명으로 인기를 얻은 것을 감안해 시알리스 제네릭 출시를 앞둔 업체들도 최근 이름 짓기 경쟁이 치열하다. 한미약품은 팔팔에 이어 시알리스 제네릭의 이름을 구구로 지어 ‘구구팔팔’이라는 특화된 제품명으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에서 제네릭 열풍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성관계 등을 연상시키는 노골적이고 민망한 제품명을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제품명을 확정하고 생산에 들어가거나 포장 디자인을 마친 일부 업체들이 곤혹스러워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름뿐 아니라 제형 전쟁도 치열하다. 하루 한 알 먹는 정제뿐 아니라 물 없이 녹여먹는 구강붕해정, 얇은 필름형 제제가 국내 시장에 등장한 지 이미 오래다. 다음 달 출시되는 시알리스 제네릭 제품들은 대부분 정제로 출시될 예정이고, 11개 업체가 필름형 제제를 출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국약품은 제형의 차별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세계 최초로 OD!FS(Orally Dissolving in a Few seconds) 기술을 적용해 스틱형 시알리스 제네릭인 ‘그래서 산’을 출시할 예정이다. OD!FS는 물 없이 수 초 만에 붕해되는 미립자 기술을 말한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스틱형 포장이라 지갑 등에 휴대하기 쉽고, 삼키기 힘든 환자나 노인환자에게 처방하기 적합하다”고 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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